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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 여주·이천 농민 위협하는 ‘양곡관리법’

 

9일 여주시 가남읍에서 열린 수입쌀의 국내산 혼합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농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WTO 협정을 계기로 수입쌀이 국내 쌀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쓰나미처럼 닥치자 수심이 가득 한 표정이었다.

‘대왕님표 여주쌀’, ‘임금님표 이천쌀’ 등 국내 대표적인 명품 쌀 브랜드로 유명한 여주·이천지역 농민들은 농가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국내산으로 둔갑된 수입쌀이 경기미보다 20~30% 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점차 확산될 경우 여주·이천쌀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쌀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농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것은 쌀을 생산하는 I농산 측이 얄팍한 상술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I농산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천에서 생산된 혼합쌀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여주라는 지역명이 들어간 회사가 설립돼 똑같은 쌀을 생산하게 되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업체 측이 법의 맹점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곡관리법에는 수입산과 국내산이 섞인 혼합미의 경우 원산지 표시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돼있다. 문제의 쌀은 I농산이라는 상호는 큼지막하게 표시한 반면 원산지 표시는 아주 작게 표기해 농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허용오차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혼합쌀의 경우 허용오차는 1~3%. 이번 경우처럼 미국산 95%, 국내산 5%가 섞일 경우 국내산 2%만 섞여도 국내산으로 둔갑될 수 있어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여주농민회 관계자는 “WTO 협정에 근거한 수입쌀 의무도입량 때문에 수입쌀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쌀농사를 짓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여주시가 농민들을 상대로 농가경쟁력 강화라는 내용의 설명회를 개최해 대조를 보였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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