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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철도 민영화와 법제화

 

연말연시 온 국민의 시선을 한 군데로 모았던 사건으로 단연 철도파업을 꼽을 수 있다. 파업의 원인은 알다시피 ‘민영화’다. 정부 측은 노조의 민영화 주장에 대해 한사코 아니라고 강변해 왔다. 민영화가 무엇인지 그 뜻을 하나로 정하기는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영문으로 보면 의미가 명확해진다. 민영화는 영문으로 ‘privatization’이라 표기한다. 그 뜻은 소유자를 중심으로 옮기자면 ‘사유화’로, 경영이나 운영주체를 중심에 놓으면 ‘사영화’라고 번역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것 혹은 세금과 같이 모두 이들이 함께 돈을 내어 만든 공공의 것, 공공재를 배타적인 사유재산화 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렇게 뜻을 새기면 privatization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정적인 함의를 갖게 된다. 해서 일종의 꼼수를 부려 만들어 낸 말이 백성 ‘민’자를 넣은 민영화라는 말이다. 오랜 기간의 군사독재를 경험한 터라 우리 모두 ‘민’자에 아주 우호적인 연상작용을 하는 공동의 습(習)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 설명은 이러하다. 오랜 기간의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이 방만 경영으로 이어져 적자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므로 이는 ‘민영화’가 아니다. 대개 독점인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게 되면 시장 경쟁은 그 결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경쟁체제는 공공부문 민영화의 당연한 결과라는 말이다. 참으로 민영화 아니라는 정부 측 설명은 참으로 억설에다 요령부득이다.

논란이 되는 와중에 정부 측은 수서발 KTX에 기습적으로 면허를 발급했다. 그런데 100% 정부 돈인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나머지 59%는 공적 자금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해서 만에 하나 이 지분을 민간 매각할 시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수서발 KTX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나로서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식을 시장에 팔지 못하게 금지 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공기업이 방만 적자 경영의 주범이라 말하면서 또 다른 슈퍼 공기업을 저렇게 한사코 설립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앞뒤가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영화를 아니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저다지도 확고하다면, 그렇다면 아예 법제화를 하자고 야권과 시민사회가 나섰다. 그래서 정부의 저 의지를 담아 현행 철도사업법을 고쳐서 지분 민간매각을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면허를 박탈하자는 법제화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여당이 나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다. 수서발 KTX 이사회 정관에 명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사회 정관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실상 유일한 흑자노선을 수서발 KTX에 내준 코레일의 적자는 분명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의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적자가 심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예컨대 국민연금이 수서발 KTX에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수익률이 담보되지 않으면 내부 규정상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일개 법인의 이사회 정관에 내맡긴다면 스스로 국가정책의 불확실성을 자초하는 꼴이다.

또 정부 측은 애먼 한미FTA를 끌어 들여 법제화에 반대한다.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인 역진방지 메카니즘과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한미FTA에 반대했음을 강조하진 않겠다. 하지만 애당초 정부의 손발을 묶기 위해 설치한 이 조항을 이유로 들어 정부가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것이 좀 창피하지도 않은가 되묻고 싶을 따름이다. 아무리 한미FTA라도 정부의 규제, 공기업설립 심지어 독점지정마저도 단 차별이 아니라면 다 허용되어 있는 사항들이다. 진짜 우려는 미국 돈이 수서발 KTX에 투자되는 경우다. 이때는 정부가 공언한 민간매각 시 면허박탈은 협정위반이 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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