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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설, 지겹고도 즐거운

 

어린 시절 고민은 그랬다. 왜 까치의 설날은 인간의 그것보다 하루 먼저일까. 인간이 까치보다 못나서일까. 까치가 선점한 명절을 인간이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기우(杞憂)도 그런 기우가 없을 터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가 발단이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왜 까치의 설날은 하루 먼저인지.

그래도 좋았다, 명절은. 따뜻한 아랫목에 사촌끼리 옹기종기 모여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른들이 양말이며 용돈이며 두둑이 챙겨줬기 때문이다. 명절은 선물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사촌은 남이 됐고 형제들까지 덤덤해졌다. 누구 탓이 아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좋은 건 단 하나다. ‘19금’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19금이 어디 ‘성인용’에만 해당되는 것이랴. 도처에 19금이다. 정신적 19금. 육체는 컸지만 정신은 미숙한 이들이 도처(到處)에 난분분(亂紛紛)하다. 하여, 어지러운 세월이다.

그래도 명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까치들의 그것보다 하루 늦은 우리네 설날이 이달 말이다. 그러나 명절이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겠다. 노총각 노처녀는 친척들의 대책 없는 결혼종용으로 지겨울 수도 있겠고, 우환(憂患)이 있는 집안은 명절처럼 괴로운 날이 없을 터. 하지만 누구보다 힘들 이들은 주부다. 차례상 차리는 것이야 몸으로 때운다지만 십시일반 명절비용을 덜어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워도 지갑은 언제나 달랑달랑이다. 외벌이 가정이라면 더욱 더 한숨이 황소바람일 게다.

올해 설 차례상 구입비용이 전통시장에서 준비하면 20만6천원선, 대형마트로 가면 29만5천원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국 17개 지역의 전통시장 14개소와 대형유통업체 25곳 등 39개소를 대상으로 설 차례상과 관련된 26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그나마 지난해 설보다 각각 0.8%와 1.7% 하락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해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등 대다수 제수의 생산량이 충분했기 때문에 가격이 내렸다는 것이 aT의 설명이다.

사과와 배는 낙과피해가 없어 생산량이 전년대비 각각 25.1%와 63.0% 증가했고, 월동배추와 무 등도 생산량이 충분해 전체적인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하지만 도라지와 고사리 등 나물류와 대추나 곶감 등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수확량이 줄었고, 쇠고기와 계란은 수산물을 대체하기 위한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슬쩍 부담을 더했다.

그래도 힘내라고 농촌진흥청은 설 요리에 어울리는 좋은 축산물 고르는 방법을 발표했다. 떡국을 끓이는 데 필요한 사골은 자른 면에 붉은색 얼룩이 있고 하얀 연골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좋단다. 그래야 끓였을 때 국물이 잘 우러난다는 설명이다. 또 쇠고기는 밝은 선홍색 살코기와 유백색 지방이 잘 조화되고, 고기 표면을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고기를 고르는 것이 좋다. 탕국 끓일 때 사용하는 사태나 양지 등 국거리용 고기는 붉은색 살코기와 지방만 있는 것보다 결합조직인 근막이 적당히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근막 부위는 비록 질기지만 푹 고거나 오랜 시간 끓여내면 오히려 깊은 국물 맛을 낼 수 있다는 첨언(添言)도 잊지 않는다.

산적이나 꼬치를 만들 때는 우둔(牛臀)이나 설도(泄道)와 같이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해야 하고, 구이용 갈비는 선명한 선홍색에 마블링이 적당히 있으면서 근막이 적은 것이 좋다고 한다. 닭고기는 광택이 있으며 탄력성이 있는 것이 좋은데 개별 포장된 국내산 닭고기를 구입하되 포장지 내 육즙이 많이 흘러나오지 않은 것으로 유통기한 등 상품정보를 확인 후 구입해야 한단다.

특히 일반 가정에서는 고기의 선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당량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넘치지 않게 준비하라는 말씀이겠다. 힘들고 지칠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귓전을 아프게 때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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