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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 올해는 경기 600년 되는 해

 

금년이 ‘경기 600년’이 되는 해이고, 정확히 말하면 2014년 음력 1월18일이 ‘경기 600년’ 되는 날이다. 지금쯤 여기저기서 경기 600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경기 600년을 기념하는 행사 준비에 바빠야 할 텐데 너무 조용하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가. 이 일은 경기도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신문과 방송은 무엇을 하는가. 그 흔한 특집이나 좌담회 하나 없는가. 2년 전 한 신문사에서 경기 600년 기획기사를 연재한 것 외에는 이와 관련한 뚜렷한 기사를 본 바가 없다. 경기지역 정치인들은 어디 있는가. 학계는 어떠한가. 경기지역에는 지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여럿 있는데, 학자들이 모여 경기도 600년의 역사적 의미를 정리하고, 경기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학술토론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를 탓하랴. 경기지역 사학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였고, 경기도향토사연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부터 반성하면서 이 글을 쓴다.

1414년 1월18일은 지금의 경기도 기본 틀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경기도의 경계가 지금과 거의 비슷해지고, 수원이 경기도의 중심이 된 시기이니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기’라는 말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서울과 그 주변 지역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 주변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변하였다. 한국사에서 경기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현종 때인 1018년이다. 이때 고려 왕경인 개경 주변 13개 지역을 ‘경기’라 통칭한 것이다. 경기는 고려 말인 1390년 크게 확장되면서 좌도와 우도로 나누어진다. 1394년 조선왕조가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경기의 지리적 범위는 개경 주변에서 한양 주변으로 크게 바뀌고, 태종 13년인 1413년 경기도의 경계가 일부 조정되면서 경기도의 경계는 지금과 거의 비슷하게 정해진다. 행정구역은 이후에도 변화가 있었으나 경기도의 경계는 큰 틀에서 그대로 유지되었다. 1414년 1월18일 관제가 개편되면서 경기좌우도성을 경기라 부르고 경기도관찰사를 두게 된다. 경기 감영이 수원에 설치되는 시기도 이 무렵이다. 1018년이 경기라는 제도가 한국사에서 처음 만들어진 시기라면, 1014년은 지금과 같은 경기도의 틀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사의 전개과정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중심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문화적으로 볼 때 경기도는 개방적이고 선진적이다. 경기도는 조선시대 사상계를 이끌어 왔던 성리학의 한 중심축이었으며, 성리학이 한계를 드러내자 조선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에 대한 다양한 모색이 경기도 문화계에서 일어났다. 성호 이익 선생과 정약용 선생으로 이어지는 실학이 경기도에서 발생하고 꽃핀 것이 그 중 하나였다. 근대사회체제를 지향하는 서학도 경기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발전하였다. 한말 일제하에는 치열한 항일 투쟁이 전개되었다. 해방 후에는 분단의 현장이었으며 통일의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경기 600년에 대한 논의가 그 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 600년에 대한 논의가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다가 2년 전인 2102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중심이 되고 학계도 일부 참여하여 경기 600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고, 구체적인 계획까지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재정 사정을 포함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구체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기 600년 준비를 다하지 못한 것이 면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일이 1월18일이다. 그러나 양력으로 환산하면 2월17일이고, 정확하게 한 달 뒤이다. 한 달 뒤인 2월17일 학계, 문화계, 언론, 그리고 경기도가 함께 준비해서 경기 600년을 기념하는 학술 행사와 문화 행사가 치러졌으면 한다. 그런 다음 경기 천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경기 천년을 준비하는 ‘경기 1000년’을 시작하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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