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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 철새와 AI

 

겨울철새의 비극

정부는 지난 17일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발생한 가창오리 수십마리의 폐사와 관련하여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가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철새도래지에 대해 전국적인 출입통제 조치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매년 반복되는 재앙에 대한 대책은 AI가 발생한 모든 지역의 반경 3㎞ 이내에 있는 모든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에 대한 즉각적인 살처분 결정과 긴급방역 조치, 철새도래지에 대한 방역작업이다. 또한, 명확하게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각지의 철새도래지에 방역소독을 진행하며 철새를 쫓아내며 더 재앙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경기, 충남·북, 세종, 대전 지역을 대상으로 닭·오리 농장 종사자와 사료·가축 운반차량의 이동을 금지하는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했다.

烏飛梨落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EAAFP)는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만, H5N8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한테서 볼 수 있는 질병”이라며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조류에서 발생했다고 보고된 적은 없으며, H5N8이 철새 무리에서 시작됐을 것이란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AI의 잠복기간을 역산하더라도 방역당국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으며 오히려 조류학자들의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또 이 기구는 “감염된 철새들은 매우 빠르게 죽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은 가금류와 사람의 이동 등과 비교하면 미미하다”며 철새 도래지에 방역 약품을 대량 살포하는 등 철새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는 세계 9대 주요 철새 이동로 가운데 하나이다. 폐사한 가창오리를 비롯한 큰기러기가 H5N8형 AI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이상 예방조치로서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방제대책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가창오리와 큰기러기가 H5N8형 AI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AI 발생 원인으로 확정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철새와의 공존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 당국은 원인분석을 해왔으나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반복되는 정부의 조치는 철새도래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피증과 피해의식을 심어주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에 악영향을 줄까봐 우려스럽다. 원인제공자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인 철새들은 먹이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철새먹이 등에 대한 제한조치가 진행되면서 철새들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져 AI의 확산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뒤돌아 봐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AI 발병원인을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에게만 확정하지 말고 피해자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 또한, AI 방제대책과 관련 조류전문가의 적극적인 자문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전국 철새도래지에 대한 동선을 비롯한 개체수 변동 등을 포함한 철새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철새들의 먹이부족과 위협요소로 인하여 다른 서식지로 이동 분산되지 않도록 철새와 도래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산업으로 인한 위기는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점철된 인위적이고 반복적인 먹이사슬은 끝없이 발생하는 먹거리의 재앙을 피해갈 수 없으며 결국 식량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가창오리의 군무는 다음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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