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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혁신학교가 열어가는 새로운 학교 문화

 

어느 신부님이 죽어 하늘나라에 갔다. 하늘나라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앉아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을 받지 않자 “왜 주문을 받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종업원이 “예 신부님, 여기는 셀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부님이 둘러보니 저쪽에는 주문도 받고 서빙도 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신부님은 “왜 저 사람들은 해주느냐?” 물었더니, 종업원은 “저 분들은 평신도들입니다. 신부님은 세상에서 대접을 많이 받고 살았으니 여기서는 셀프이고, 평신도들은 세상에서 많이 봉사했으니 여기선 대접 받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부님이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그럼 얼마 전 돌아가신 교황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예, 교황님은 지금 배달 나가셨습니다.” 지인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보내준 어느 주교님의 강론 내용이다.

이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는 학교가 있다. 교육지원청에 근무하다보면 자주 학교를 방문한다. 그때마다 교장실에 들르게 되고, 그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을 알아보기 위해 교장실 뒤편에 붙어있는 교직원 현황을 살펴보곤 한다. 거의 모든 경우 교직원 현황판의 맨 위에는 교장선생님의 사진이 있고, 그 밑에 교직원들이 있다. 그런데 진한 여운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이 혁신학교는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사진을 위에 붙이고, 학교장의 사진은 맨 아래에 붙여져 있었다.

이 학교의 문화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관리자가 가장 낮은 곳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문화를 조성해 줄 때, 미래를 살아갈 창의적인 인재가 길러질 수 있다. 경기혁신학교가 이러한 새로운 학교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첫째, 자율 경영 체제를 구축하여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학교를 경영한다. 비전 공유와 권한 위임, 공개를 통한 투명한 학교 경영으로 구성원의 책무성을 증대시켜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둘째,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형성하여 학교장이 학교 경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참여와 소통으로 구성원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자치활동을 보장하여 민주주의를 경험시키고,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로 교육공동체를 형성하여 학교가 활발한 배움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셋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형성하여 교사들이 동료성을 바탕으로 수업 전문가로 함께 성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재미있고 수준 높은 수업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를 찾고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창의적인 인재로 자라나게 된다. 넷째, 창의지성 교육과정 운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각 학교마다 다양하고 특성화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사들은 서로 협력하여 교과 통합적이고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학생 없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학생 없이는 교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내 삶의 존재 이유는 학생을 조건 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길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학생이 변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학부모가 변했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한발 뒤져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은 무엇보다 행복할 권리가 있고, 학교가 앞장서서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펼쳐야 한다. 하루빨리 변화에 발맞추어 학생들의 꿈과 희망, 행복을 키워줄 새로운 패러다임의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학교가 자율 경영 체제, 민주적 자치공동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하여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학교,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상생하는 인권친화적인 학교,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존중하고 계발해 주는 학교,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성을 길러주는 학교, 각자의 다양한 성장 잠재력이 존중되는 진로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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