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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안도현 시인의 문학과 정서

 

안도현 시인과 인연을 맺은 지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시인이 됐지만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문학계와 독자들로부터 많은 시선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그는 시인 대신 정치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시인의 길과 시업의 길에 많은 상처를 받았고,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필자는 걱정이 많다. 그러나 얼마 전 그와 통화한 필자는 걱정을 거두게 됐다. 그에게서 새로운 글쓰기 작업에 몰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은 참 따스한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그에 대한 언론의 혹평과 주변인들로부터 듣게 되는 말들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필자는 시인의 언어와 행동의 차이에서 나름대로 고민도 해봤지만 시인의 양심과 사유를 알고 있는 터라 안도현 시인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 필자는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염려를 했다. 어느 날인가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 초청 강연을 마치고 그 다음의 행선지인 방송사에 녹음을 하러 갔는데, 필자는 김용택 시인을 배웅하던 승용차 안에서 안도현 시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용택 시인과 필자는 ‘시인의 정치 참여가 옳은가 그른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안도현 시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의 판단을 존중해 주자는 쪽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런데 얼마 후 안도현 시인이 대선 당시에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돼 전주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되자 여론이 뜨겁게 일었다. 결과적으로는 전북에서만 안도현 시인을 지지하는 86.25%의 몰표를 받았고, 이런저런 연유로 안도현 시인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인가보다. 안 시인 말대로 시인이었다면 이런 혹독한 시련도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깊은 속은 필자도 알 수 없지만 ‘시인이 정치에 관여해도 된다 안 된다’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불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를 쓸 때의 시인의 진심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경우 공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장편소설 <그림자밟기>를 출간했고, 시집 <해남 가는 길>을 출간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어디까지나 순수한 문학을 하려 했다. 아마도 안 시인의 문학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필자보다 뒤지지 않았으리라.

그는 필자의 책 <그림자밟기>의 추천사에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가장 인간적인 경찰에 바치는 따스한 헌사다. 겉으로 보기에 경찰일 수 없는, 그러나 경찰일 수밖에 없었던 한 사내의 짧았지만 전부였던 시간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희망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사건 현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동하면서 수첩에 적을 시를 생각하는 주인공 도영, 그에게서 당당한 명예와 인간적 온기를 함께 느끼도록 배려한 작가의 고투에 박수를 보낸다.”

필자의 시집 <해남 가는 길>의 추천사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건넸다. “시인의 또 다른 무진기행이다. ‘물집 잡히듯 잡히는’ 그립고 아픈 길이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영원으로 통하는 길이다. 오죽하면 ‘죽으러 가고 싶어진다’고 고백을 할까. 이 길을 지배하는 상상력은 붉은 상처의 이미지에서 나온다. 가난이 드리워진 가족사, 말하지 못한 역사의 뒤편, 그리고 정훈관이라는 현재의 신분과 시인으로서의 고뇌 사이에도 이 단심(丹心)이 작용한다. 마음이 뜨거운 시인은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지만 실은 늘 해남으로 가고 있다. 남도 사투리가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그의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가을바람이 떠나고 겨울바람이 분다. 세상의 바람이 응시하는 그곳에 시인의 아름다운 정서가 닿아 있다. 하지만 언론이 그에게 가하는 비난의 칼바람은 여전히 서늘하기만 하다. 이제는 모든 오해를 덮고 안도현 시인을 시인 자체로만 보아주길 바란다. 그의 깊은 시심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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