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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이야기]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논란에 대한 단상

 

올해 6월4일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는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이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기존 정당공천제하에서는, 정당이 해당 지역의 인물에 대하여 철저하게 검증하는 순기능보다는, 정당 공천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에 줄을 대거나 공천을 해주는 대신에 거액의 대가가 오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라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과 이념이 작용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 지역 주민을 위하고 지방자치의 취지에 맞는다는 인식하에, 지난 대선 시 여·야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는 여당과 야당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은 기호 1번의 여당 프리미엄을 놓치고 싶지 않고, 민주당은 수도권에 자당의 기초단체장들이 현직에 많이 있으므로 정당공천제 폐지로 현직 프리미엄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의 경우에는, 기존 정당의 구태의연한 정쟁을 비판하면서 참신한 인물로 경쟁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이렇게 각 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입장이어서 쉽게 합의를 보지 못하고 정치개혁특위를 2월 말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예비후보자등록이 시작됐지만 아직 선거의 기본적인 룰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가 모두 임기 4년이고, 이 두 선거가 2년마다 엇갈려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지방선거가 현 정권의 심판대 역할, 또는 여론의 향방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 왔다. 이번 6·4 지방선거도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방선거의 취지에는 맞지 않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을 위해 가장 실효성 있고 책임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적임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구·시·군의 장은 지역주민의 복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실시한다. 때문에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선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공천제 폐지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 상황은 정치과정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원래 정치라는 것이, 이러한 대립되는 의견들을 서로 쟁점화하고 그 과정에서 행위자들 간에 협상과 타협을 하도록 제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정치과정에서 국민을 진심으로 위하는 진정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대신 국민 참여를 강화하고자 국민경선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니고 구·시·군의 장을 뽑으면서 두 번 선거하는 게 과연 지역주민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거를 한 번 더 실시하는 데 드는 관리비용은 주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반면, 그 실익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경우, 많은 후보자들이 난립하게 되고, 그 많은 후보자들의 기본적인 자질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검증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정당공천제에 여러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후보자의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검증역할, 그리고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는 역할을 정당에서 어느 정도 담당해 주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여부를 놓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은 없이, 단순히 정치공학적으로 자당에게 유리한 정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다지 성숙한 정치과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정말로 정치다운 정치를 보고 싶다. 중앙정치의 셈법이 아닌, 정말로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고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선거 취지에 맞는 것이 어떠한 제도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정치권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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