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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교육정의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학교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강좌 내용이 우리나라에 책으로 소개되자 인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정의’는 자정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 있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국가 간 교육정의지수를 산출하여 비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정의 수준은 교육의 기회, 교육의 과정, 교육의 결과를 종합해서 OECD 34개국 중 23위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정의지수는 한 국가가 어느 정도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학습자의 성장을 도우며 공동선(共同善)을 실현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수로, 마이클 샌델 교수가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를 정의라고 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교육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정의는 교육기회의 균등 배분이며, 행복의 극대화이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에서 생기는 교육격차의 문제는 사회 양극화의 근본적 원인이다. 학생들의 교육격차 즉 교육기회 불평등이 학업성취도 격차를 불러오고, 성년이 된 후에는 소득격차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부모의 소득격차는 다시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염원하며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밖에 있는 것과 비교하여 열등감을 느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이러한 비교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학습과정에서 모두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고아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다문화 자녀들을 위해 입시에서 배려전형을 실시하는 것은 교육정의의 문제이다.

둘째, 교육정의는 개인의 권리인 선택의 자유이며, 학생의 학습 선택권이다.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대폭 허용함으로써 학생의 관심과 진로, 능력 등에 따라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학생이 선택하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배움 중심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얼굴이 다른 것만큼이나 재능도 각자 다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훌륭하게 가르친다고 해도 학생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강제적인 참여로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교육정의를 실현할 수도 없다.

셋째, 교육정의는 인간사회의 미덕, 좋은 삶, 공동선(共同善)이며,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시대나 혈연, 지연, 학연, 종교연, 직장연 등으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끈끈한 관계를 맺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개인의 능력보다 공동의 능력이 요구되는 미래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미덕이며 공동선(共同善)이 될 전망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시각의 차이이다. 어떤 시각도 틀리거나 옳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 옳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야할 사람의 생각이기에 수용하여 더불어 사는 삶이 교육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정의로운 일에 먼저 나서기란 쉽지 않으며, 험난한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용기를 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의 작은 행동이 큰 사회적 나비효과를 불러온다. 정의로운 학교문화를 형성하고, 교육정의를 앞장서 실현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정의는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며, 사회정의의 출발점이다. 갑오개혁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갑오년을 맞았다. 용기를 내어 교육정의를 실현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교육정의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학교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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