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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한·호주 FTA 서명에 부쳐

 

한·호주 FTA가 가서명되었다. 앞으로 국회의 비준동의를 남겨두고 만만찮은 갈등이 예상된다. 일반 국민들로서야 그저 한 50개 되는 우리나라의 FTA 목록에 하나 추가되는 정도이겠지만 이해당사자들로서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만년 동네북이자 만년 피해산업인 농축산업 종사자들의 타는 가슴을 생각하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호주는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 대해 대표적인 무역 흑자국이다. 알려진 바로 1965년 양국의 무역수지 집계가 시작된 지 근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호주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 추이를 보자면 이렇다. 2006년 47억달러 수출 113억달러 수입, 2008년 52억달러 수출 180억 달러 수입, 2010년 66억 달러 수출 205억 달러 수입, 2012년 93억 달러 수출 230억 달러 수입했다. 그래서 대략 130억 달러 수준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추세적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수입품목의 구성을 보자면 철광석이 63억 달러(28%), 유연탄이 59억 달러(26%), 원유가 22억 달러(10%)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는 이처럼 대표적인 자원강국이다.

그런데 이런 철광석을 수입해 철강재를 만들어 자동차나 기계를 수출한다면 그런대로 말이 된다. 그리고 2% 정도로 매우 낮긴 하지만 철광석에 붙는 관세가 없어진다면 수출하는 입장에서 볼 때 뭐 마다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시선을 농축산 쪽으로 돌려 보면 심각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같은 해인 2012년 호주와의 농산물 교역총액은 28억7천900만 달러였다. 이 중 수입액은 27억8천500만 달러로 수출액 9천400만 달러의 30배에 달한다. 아예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우리 일상에 밀접한 쇠고기를 보자면,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5%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산 등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호주는 넓은 초지에서 소를 방목해 키워 공장형 축산을 하는 미국산보다 오히려 생산단가가 적게 들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인다. 게다가 이런 가격요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비자의 광우병에 대한 깊은 우려와 같은 심리적 요소도 존재한다.

그래서 한·호주 FTA가 2015년 발효되면 2030년까지 15년 동안 호주산 광물자원 수입은 17%가 늘어나고, 농축산물 수입은 자그마치 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농축산업계의 반발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자. FTA로 인해 미국산, EU산, 칠레산, 캐나다산, 그리고 호주산 농축산물이 줄줄이 이미 들어오고 있거나 들어올 예정이다. 여기에 중국산이 더해질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고작 5천만 인구의 이 비좁은 밥상을 노리고 전 세계 모든 농축산물이 총출동할 거란 말이다. 오직 하나 남은 유일 ‘신토불이’는 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는 관세화 곧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식량주권이니 식량안보니 하는 말들은 역사책에서 겨우 찾아 볼 날이 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한·호주 FTA에는 서비스, 투자분야에서 저 논란이 되어 온 투자자-정부 제소제(ISD)가 포함되어 있다. 호주의 이전 노동당 정부는 ISD를 배제한 통상정책을 천명해 왔고 또 실제 그렇게 집행해 왔다. 특히나 호주정부가 도입한 이른바 ‘꾸미지 않은 담배갑 포장’(plain package)정책을 두고 초국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사가 홍콩-호주 투자협정상의 ISD를 활용해 호주정부를 우회 제소한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한·호주 FTA의 ISD는 호주야권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한·호주 FTA는 기존 잘못된, 불공정한 우리의 통상정책 곧 농업계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수출대기업위주의 통상협정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ISD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자유 앞에 온 세계 정부는 더욱 더 위축될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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