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춘추]배신의 늪에 빠져들 미국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여러 척의 흑선(黑船)을 이끌고 일본의 에도(江戶)에 나타난 이래 일본은 미국의 도움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페리 제독이 근대 산업화가 이룩한 기적인 모르스 전신장치, 모형 증기기관차 등을 선물한 것을 기점으로 일본은 공업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강성부국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은 일본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미 대통령은 과거 한국·중국·필리핀을 미개국가로 보고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할 ‘아시아의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했다. 당시 체결된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한반도가 일본에 병합되는 길을 열어줬다. 또한 1940년 일본의 도발행위로 ‘미·일 통상항해 조약’이 폐기되기 전까지 미국은 일본산 공산품을 수입해 주기도 했다.

일본은 1941년 12월8일 진주만을 기습 공격함으로써 미국과 전쟁에 돌입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소위 ‘은인’이었던 미국에 대해 전쟁을 벌인 것이다. 국익도모라는 미명 하에 팽창주의·군국주의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자행하는 일본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다시 일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패전국 일본에게 병참기지 역할을 맡겨 원폭투하로 잿더미가 된 일본의 경제를 번영시킨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배신적(背信的) 행동특성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자 미국보다 앞서 수교정상화 교섭에 나서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해 버렸다. 물론 미국은 이듬해인 1979년 중국과 수교했다. 어디 그뿐이랴. 2000년대 초반에도 그토록 싫다던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북·일 정상회담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배신한 것이었다.

미국은 새롭게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다시 ‘아시아의 전략 파트너’로 선정했다. 그리고 일본의 군사 팽창 정책에 눈을 감았다. 아베 일 총리가 ‘침략 정의’를 운운하며 태평양전쟁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는데도 당시 일본의 적국이던 미국은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과 전쟁을 치른 미국이 침략자라는 결론이 성립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다. 일본은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편승하여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일본이 패전국이기 때문에 침략자로 불릴 뿐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쇄국정책을 개방으로 이끌었던 페리(1794~1858) 제독은 “일본 사람들은 매우 음란한 족속으로 취미와 관습이 민망할 정도로 음란하며 호색 투성이다. 그 음란함은 싫증날 정도로 노골적이며 더럽혀져 있다”라고 혹평했다. 그만큼 일본 사회는 도덕성이나 정직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에는 ‘가리아게’라는 제도가 있었다. 즉 영주가 재정부족 등을 이유로 가신들로부터 재산을 빌려서 쓰되 절대 갚는 일이 없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영주와 가신들에게 아내를 바치도록 했다. 일명 ‘인신 가리아게’ 제도이다. 그 이유는 아내를 함께 공유하면 군신(君臣) 간의 사이가 돈독해져 서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시 가신들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내를 공유해도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아내까지 공유했던 일본인,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과도 모든 것을 공유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국력이 미국을 능가한다고 판단됐을 때 일본이 미국을 그냥 놔두겠는가. 그때가 되면 자신들이 ‘전쟁피해자’라며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대미(對美) 도발을 자행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국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향해 역사를 왜곡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견제라는 명제에 매달려 군사 대국화의 길로 치닫는 일본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처럼 ‘배신의 늪’에 빠져들 미국이 걱정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