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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상상, 그 이상인 이동통신 상술(商術)

 

며칠 전 존경하는 선배와 이른 술자리를 가졌다. 슬슬 풀무질을 시작한 지방선거 이야기며, 그 옛날 언론 선배들의 후일담이며 즐겁게 술이 익어갈 즈음이었다. 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한동안 오갔던 대화는 ‘세일’, ‘저렴’, ‘20만원’ 등이 주제였다. 일부러 엿들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 대한민국 모바일 성능이 오죽 좋은가. 원하지 않는 옆사람에게까지 대화의 내용 일부를 알려주니까. 전화를 끊은 선배의 첫마디는 이랬다. “안사람이 신났어. 핸드폰을 바꾸려고 갔더니 20만원이나 싸게 해준다지 뭐야. 금방 계약하겠다는데.” 그 말을 들은 옆자리 후배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하지 마시라고 그러세요. 요즘 그것보다 더 싸게 해주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요. 통신사를 바꾸면 거의 공짜예요.” 사람들 마음이야 거기에서 거기. 그 말을 들은 선배는 황급히 손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술잔이 두 순배쯤 돌았을 때, 상기된 얼굴로 주석에 앉은 선배는 “간신히 말렸어. 계약서 쓴 걸 다시 찢어버렸지 뭐야.”

주제는 당연히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융단폭격으로 이어졌다. 다른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지 않겠는가. 수십만원씩 싸게 신상(新商)이 거래되는 이 태평성대에 고민거리는 지나가는 개에게나 주고 여러 입들에서 침이 튀었다. 저마다 자신의 손전화를 만지작거리며. 결론은 ‘제값 주고 손전화를 사면 바보가 되는 세상’으로 마무리됐다.

그래서 여기저기 들러봤다. 솔직히 내 전화를 바꾸겠다는 욕심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 역시 속물의 하나이므로.

그런데 가관이다. 손전화가 왕자들도 아닌데 ‘보조금 대란’을 불러왔단다.

3월이면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 3사의 영업이 정지되기 때문이란다. 정지되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벌자는 왜곡된 기업 정신이 불러온 결과일 게다. 이른바 ‘대란’ 수준의 보조금 전쟁이 백주대낮에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시적’ 또는 ‘마지막’ 등 협박성 독려도 서슴지 않는다. ‘기습적 보조금 융단폭격’이라고도 부른단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라니 엄청난 ‘선심성 소비자 배려’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이 같은 일들은 주로 SNS를 통해 벌어진다. 자본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범부(凡夫)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이 같은 소비자 현혹 광고는 지난 25일과 26일 밤 집중 투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공동구매 카페는 회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단체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갤포아 12만, G2 12만, 베싯업 3만 원, 노트2 3만, 아이언 3만원.’

해당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와 LG전자 G2를 각 12만원, 팬택의 베가 시크릿 업과 베가 아이언 등을 각 3만원에 판매한다는 뜻이겠다. 결국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크게 웃도는 60만~70만원대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오전 6시까지 연장한다. 영업 정지 전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니 상술이 대단하다.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리꾼들이 ‘기기변경(아이폰) 5S가 20만원대’, ‘아이폰5S 16G 할부원금 5만원까지 떨어졌다’는 등의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언론에서는 이 같은 세 차례 현상-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 확보를 위한 막대한 보조금 풀기-을 ‘123·211·226 대란’으로 부르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과 동급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지난 ‘211 대란’으로 3월 첫 주부터 이동통신 3사는 45일~3개월 보름의 영업정지를 받는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기업은 최소한의 상도의(商道義)를 중요시해야 한다. 그것이 발을 딛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혹, 내게도 번호이동을 권하는 문자가 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리는 또 뭔가.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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