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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협력경영’이라는 안전한 돌다리

 

4년 전에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사태가 미국에서 발생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상 최대의 리콜사태가 발생하자 도요타는 단시간에 문제가 된 230만개의 가속페달을 조달해 미국으로 공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의 해결에는 5천만 달러의 벌금과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 보상, 회수와 수리비 등 약 1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회사를 위기로 몰고 간 이 사태는 협력기업의 납품가격을 무리하게 깎는 바람에 적절한 품질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거기에다 고객들의 리콜요구를 묵살하거나 차체결함을 알면서도 사실을 은폐했기 때문에 사태가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커져버린 것이다.

자동차, 선박, 휴대폰처럼 수많은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요타 리콜사태는 협력경영과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좋은 교훈이 된다. 협력업체의 애로와 고객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협소한 경영 리더십으로는 많은 지역의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영역을 넓히는 글로벌 경영이 어렵다. 생산과 구매와 판매에 참여하는 협력기업의 도움 없이 대기업이 홀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고 생산과 유통, 판매에 참여하는 많은 협력사들과 네트워크 협력을 얼마나 잘 이루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되고 있다.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품질경쟁, 고객의 요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협력사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 제공과 역량 개발이 절실하다.

독일의 화학회사 BASF에서는 자신과 협력사가 모두 지키는 행동규범을 만들어서 협력경영의 기본을 튼실하게 하고 있다. 협력사는 납품기준을 엄수하여야 하며 바스프의 임직원들은 협력사에 무리한 단가인하, 납품이나 구매의 뒷돈 요구와 접대, 연줄에 의한 납품 등을 철저히 배제한다. 이를 위반하면 협력사는 냉정하고도 엄한 징계를 받는다. 협력사의 경영이 어려울 경우 바스프는 경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 협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협력사를 장기적 경영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바스프와 50년 넘게 거래하는 장수 협력사가 많다는 것을 그들은 자랑스러워했다.

오늘날 대기업의 경쟁력은 협력 중소기업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적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형성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전통적인 경영방식은 자본, 인력, 기술, 구매 등 생산요소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내부자원의 관리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도요타사태가 보여주는 것이다. 내부 생산요소뿐만 아니라 외부자원의 적절한 활용과 협력 없이는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네트워크 경영시대의 특징이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 경쟁력이 좌우되고, 외부 영역을 잘 관리하는 경영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이 협력적 경영으로 표현되는 동반성장의 진정한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협력적 경영을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인의 역량을 최대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보편화 되고 있는 아웃소싱이나 크라우드 소싱 등은 협력경영의 토대가 갖추어져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 비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만이 아니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간 협력을 통한 경영성과 극대화가 필수이다. ‘나도 잘되고, 남도 잘되는’ 상생정신은 목표를 향해 느리게 가는 경영이 아니라 가장 빨리 가는 바른 경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협력사를 위험한 지뢰밭으로 둘 것인지, 든든한 파트너로 둘 것인지는 대기업하기 나름이다. 이것은 기업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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