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준성칼럼]음식에도 궁합이 있다는데

 

올해는 그냥 넘기나 싶었다. 그러나 역시 희망사항이었다. 지난 주말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결국 감기몸살로 이어진 것이다. 유독 편도선이 약한 나로선 감기만 걸리면 목의 통증이 가장 심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것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싸하게 아려오는 듯한 목의 통증은 고역(苦役), 그 자체다. 이럴 때면 으레 생각나는 게 있다. 고춧가루 푼푼히 넣은 콩나물 국물이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려 목의 고통을 호소하면 할머니께서 ‘아픈 목을 지지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며 끓여주시던 기억이 새롭게 나서다. 변변한 약이 없던 그 시절, 할머니가 주시는 국물을 삼키고 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신기하게도 감기 또한 며칠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 후 할머니는 내 입맛이 돌아올 때쯤이면 콩나물밥을 지어 주시곤 했다. 겨울지나 봄의 문턱에서 매년 해거리를 하듯 감기에 시달려온 나의 원기를 회복시켜주기 위한 고육책이었지만 양념간장으로 쓱쓱 비벼먹던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렇듯 겨울이 끝나갈 무렵인 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잘 만난 남녀같이 음식 궁합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겉들이면 더욱 좋고, 떨어뜨려 놓으면 어색한’ 찰떡궁합 음식들이 많이 있다. 치킨과 맥주니, 탕수육과 자장면이니, 삼겹살과 소주 등 원초적 조합으로 불리며 일반적인 통념으로 우리 곁에 군림(?)하는 것 말고도 함께 먹으면 맛과 영양 모두 이로운 ‘환상의 궁합’들이 매우 많다. 헤아리자면 그 숫자도 무궁무진하다.

토마토는 위장의 소화를 돕고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고기나 생선,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는 식이다. 파전도 마찬가지다. 파전의 주재료인 파의 성질은 따뜻하다. 거기에 굴이나 오징어, 녹두, 밀가루 등을 섞어서 파전의 성질을 중화시켜 궁합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조화라는 것이 어디 이로운 것만 있겠는가. 맥주와 수박, 치킨과 막걸리 등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한쪽이 다른 쪽의 영양소를 파괴하거나 심지어 양쪽에 없던 독성을 만드는 것도 있다. 한마디로 궁합이 안 맞는 음식들이 조합을 이룰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는 철분과 비타민이 많은 식품이지만 인과 유황의 함량이 높아 미역 속에 있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둘의 배합을 피하는 것이 좋다거나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면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어 지방의 소화를 방해해 설사를 유발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심지어 게장과 생감의 궁합은 상극이어서 죽음에 이를 수 있다하여 예부터 함께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조선조 경종은 상극인 게장과 생감을 먹고 복통으로 숨졌다고 하는데 먹거리 궁합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어서 왠지 끔찍함마저 든다.

음식간의 궁합이 그렇듯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참 묘한 일이다. 살아가다 보면 어디서든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 직장이건, 모임이건, 남녀노소건 할 것 없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왠지 호감이 가면서 편안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묘하게 불편하면서 자꾸 삐걱거리는 사람이 있다. 잘 보이려 애쓴 일이 어긋나 영 틀어지는 일도 잦다. 그것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면 더더욱 심화된다. 한번 삐끗하면 좀처럼 바로잡기도 어렵다. 평생을 살아야 하는 부부간 궁합을 필연적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로 피해와 고통을 주고 결국에 가서는 ‘쫑’을 내고 갈라서는 ‘만남’의 후폭풍,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궁합이 맞지 않는 원초적 조합이 가져다준 결과이기도 하다.

사람 사이든 먹거리든 궁합이 맞고 안 맞을 땐 이처럼 다 이유가 있다. 엊그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합당을 전제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원초적 조합을 이룬 것이 득(得)인지 해(害)인지 90여일 이후에 판가름 나겠지만 이를 보면서 좋고 나쁜 궁합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