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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

 

‘송파 세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일제조사 및 복지서비스 홍보 강화를 지시했고, 지난 3월 한 달간 진행됐다. 문제는 발굴된 사각지대 대상자에게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제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을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기인된 문제로 파악해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구에 국가가 최저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대표적인 공공부조제도이다. 한국의 공공부조는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최소한의 신체적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열을 가지지 못한 절대빈곤에 대해서만 책임지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있어서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조사한다.

이 같은 기준으로 수급자의 수는 2007년 155만명, 2009년 157만명, 2012년 139만명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같은 시기 정부 발표 전국가구기준 절대빈곤율(1인 가구, 시장소득기준)은 2007년 11.2%, 2009년 12.8%, 2012년 11.1%였다. 6년간 절대빈곤율의 평균은 약 11.8%이고, 기초생활보장수급률은 평균 3%이다.

즉 절대빈곤층의 4분의1에게만 기초생활보장급여가 제공됐고, 그 나머지 대상자 모두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개통 이후 3% 이상 유지되던 수급률은 3%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은 이전 보다 더욱 엄격한 소득 및 자산조사를 대상자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 모두에게 적용함으로써 계속되는 수급권 탈락 및 박탈을 ‘부정수급자 색출’이란 명분하에 정당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간절하게 원한다면, 해당 기준에 대한 완화만으로도 수급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는 수급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서 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의미한다.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은 부양의무자 전체의 소득 및 자산을 평가해서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부양의무자가 전적으로 빈곤층을 책임지도록 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또한 부양의무자의 실제 가구소득에서 일정부분을 피부양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을 전제로 간주부양비가 작위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부조제도는 국가 개입의 전제조건으로 사적 부양책임을 매우 강력하게 전가하는 특징을 갖는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운영 이후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자 중 탈락자 비율이 2010년 27%에서 2012년 28.1%로 증가했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된 비율은 22%에서 17.7%로 집계됐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서 취급되는 자료는 국세청 등 42개 기관이 보유한 452종의 공적자료와 131개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재산 자료가 총 망라된다. 감사원의 2013년 감사결과, 2013년 6월 기준으로 금융재산을 반영했어야 할 대상자는 총 168만명인데, 이 중 54%에 이르는 90만여명에 대한 정보 자체가 누락됐다고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누락의 배경에는 금융재산 조사를 반영할 경우 수급권이 대거 탈락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사각지대 확대를 피하기 위한 담당자들의 제도적 한계를 감안한 묵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부는 해당 감사 결과를 반영해서 대상자에 대한 금융재산 조사 수행을 지시했고, 조사결과가 하반기 반영될 경우, 23.6% 정도의 추가 탈락이 예상된다.

3월 한 달간 공무원들은 기존 일상 업무에 추가적으로 일제조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서 한 명을 제대로 만나면서 연결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질적인 시간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적을 양적으로 계량측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례가 발굴되더라도 실제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부재하다.

즉 대량 인력을 투여해 일제조사를 수행했지만 실제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담당 공무원들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기준 완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행정비용을 들이지 않고 당장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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