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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이야기]우리에게 소중한 것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소중한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형제자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혹자는 부(富)나 명예(名譽)를 더 소중히 여겨 평생 이것들을 좇아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공기 없이 단 10분도 살 수 없다. 물이 없다면 과연 며칠이나 살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과 형제자매 또는 친구들이 없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필자는 무엇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분명한 것은 공기가 없다면, 물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늘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모른다. 아니 항상 옆에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언젠가는, 누구가에겐 가슴깊이 사무치는 말로 다가올 때도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서는 크림반도가 분리하여 러시아에 귀속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놀라운 사실은 투표용지에 러시아 귀속에 대한 찬성항목만 존재했다는 것이다. 즉, 투표용지의 1번 란은 “러시아의 즉시 합병을 지지하느냐?”, 2번 란은 “1992년 헌법회복을 지지하느냐?”라고 기재돼 있었다. 따라서 러시아 귀속이나 크림반도의 분리 독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어디에도 투표할 수 없는 희한한 투표용지를 사용한 주민투표였다.

북한에서도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있었다. 후보자들은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중앙당에서 각 선거구마다 1명씩을 미리 선정해 놓은 다음,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선전활동을 통해 당이 선정한 후보의 위대성을 알린다. 그리고 투표일에는 투표소에서 후보자의 성명과 뒷면에 찬성표가 기재된 투표용지를 받는다. 중앙당이 선정한 후보에 찬성하면 투표용지를 그대로 투표함에 넣으면 되고, 반대한다면 후보자 이름 옆에 ×표를 한 다음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그런데, 기관원과 선거인들이 보는 공개된 투표장소에서 후보자 이름 옆에 ×표를 하는 간 큰 사람이 있을까?

오는 6월4일엔 우리나라에도 선거가 있다. 바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다.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사전투표제’가 새로이 도입됐다는 것이다. ‘사전투표제’는 말 그대로 투표일 이전에라도 특정 기간에 투표를 원하는 유권자가 전국 어디에서라도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즉, 선거권이 있는 자라면 사전투표기간(5월 30~31일 오전 6시~오후 6시)에 주소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에서라도 각 읍·면·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선거인 편의를 도모하여 투표율을 올리는 데 있다. 우리 국민 누구나 알다시피 투표는 국민의 주요한 권리이다. 그럼에도 최근 실시된 각종 전국선거에서의 투표율은 평균 50%대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이 권리행사를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의무를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젊은이의 경우 병역의무를 뼈저리게 느끼고, 직장인의 경우 납세의무를 사무치게 느끼며 산다. 이것들 외에도 국가는 우리에게 많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의무들 중 어느 것 하나 우리가 모르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끔 이런 불평을 한다. “국가가 세금만 거두어 갔지 우리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혜택은 우리가 불평하곤 했던 국가를 책임질 지도자를 뽑을 권리이다. 세상에 국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혜택 중 이보다 더 큰 혜택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욱이 유권자의 편의를 위해서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를 도입해서까지….

상상해 보라! 만약에 우리가 선거일에 투표하러 갔는데, 크림반도처럼 투표용지에 찬성표밖에 없다면, 북한처럼 한명의 후보자에게 찬성할 수밖에 없도록 투표용지가 돼 있다면, 그때도 자유스러운 투표가 소중하지 않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소중한 것은 있을 때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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