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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청 컬링팀 사태,아쉬웠던 대변인 브리핑

 

2014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4강의 신화를 재현한 뒤 집단 사표를 제출해 경기도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이 아무 조건 없이 소속 팀에 복귀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나 지도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경기도체육회 관리팀으로 있다가 2012년 정식 팀으로 창단되면서 가족같이 지내던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 생긴 깊은 골은 쉽게 치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수들로부터 폭언과 성희롱, 포상금 기부 강요를 한 것으로 지목받은 코치는 가장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해당 코치가 입은 상처는 믿고 지도했던 선수들에게 당한 배신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를 서둘러 덮기 위해 확실한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감행해 한 가정의 가장을 성추행범으로 만든 도 대변인실의 보이지 않는 실수도 코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도청 컬링팀 선수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도와 도체육회는 도 체육과 관계자 3명, 도체육회 관계자 3명 등 6명으로 구성된 긴급 합동조사단을 꾸려 지난 3월28일 오전 11시부터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도 대변인실은 같은 날 오후 2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선수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해당 코치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지휘감독의 책임을 물어 조만간 해임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 발표 이후 대부분의 언론이 성추행을 강조하며 도청 컬링팀 사태를 보도했다. 도체육회 관계자로부터 성추행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은 터라 대변인의 발표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합동조사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던 사람에게 물었다. 성추행이 있었냐고. 그러자 그는 성추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 왜 대변인이 그런 발표를 했냐고 물었다. 그는 대변인실에서 브리핑 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해 알려와 선수들이 주장한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고, 기초조사 내용을 먼저 대변인실에 알렸다고 말했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할 때 브리핑 현장에 합동조사단으로 참석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날 브리핑 현장에 있던 기자의 말에 의하면 대변인이 결과만 발표한 채 기자들의 질문에 ‘추후 답변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대변인이 합동조사단의 조사 내용은 충분히 숙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변인 브리핑 이후 합동조사단으로 참석했던 도청 체육과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내용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과 차이가 있었다. 대변인은 해당 코치가 폭언, 성추행, 포상금 기부 강요를 인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체육과장은 코치가 폭언은 인정했지만 성희롱과 포상금 기부 강요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성추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형사법상 성추행과 성희롱은 차이가 있다. 성희롱은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성추행은 물리적인 힘으로 신체접촉을 가해 상대에게 성적인 수치심과 불안감을 주는 것이다. 재판에서의 형량도 큰 차이가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라는 말이 있다.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단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을 죽음에서 건지기도 하고 죽게도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도 대변인이 성급하게 브리핑 시간을 잡을 게 아니라 합동조사단의 철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확한 내용을 발표했다면 성추행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해당 코치는 성추행을 범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다. 대변인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해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다. 남을 대신하는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확인된 내용을 알려야 한다. 경기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보다 정확하고 확실한 내용을 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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