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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유전자 상위의 조절, 후성유전에 대한 이해

 

요즘 인기몰이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일명 ‘슈돌’,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방송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아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을 인기 연예인 아빠가 혼자 2박3일을 돌보는 구성이다. 그 중 한 방송인은 이란성 쌍둥이를 혼자 돌보면서 응급실에 가서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는 긴박한 상황도 방영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이란성 쌍둥이 중 동생은 잘 울지 않고, 타인이 보기에는 갓난아이치고 참 착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상담전문가가 동생이 생활하는 것을 보고, 조그만 상황에도 잘 우는 형에 치어서 스스로 보채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계속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에 부부가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란성 쌍둥이도 유전가가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태아부터 엄마의 자궁을 공유하고, 쌍둥이로 태어난 환경을 공유하는 것뿐이지 같은 부모로부터 태어난 형제나 자매처럼 별도의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생명을 전달하는 유전물질이 DNA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이 DNA가 세포 속에서 존재할 때는 당과 단백질 등과 같은 다양한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진 DNA를 보호하는 물질들과 화학결합을 하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와는 달리,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난자와 정자가 만나 배아를 이루고, 이 배아가 둘로 나뉘어 자랐으므로 모든 유전자가 정확히 일치한다. 만약 유전자가 생명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면, 이들이 신체조건이 같은 것처럼 같은 병을 앓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1년간 킹스칼리지 쌍둥이 연구소의 쌍둥이 연구는 ‘쌍둥이가 어떻게 같은가’라는 접근 방식 대신 ‘쌍둥이는 무엇이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해 왔다고 한다. 연구팀은 4년 전 ‘왜 쌍둥이는 자라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병이 생길까’에 대한 답을 ‘후성유전체’에서 찾았다. 후성유전체는 환경 변화로 인해 유전자의 행동이 변하는 생체 작용이다. 세포 안쪽을 떠다니는 ‘메틸’이라는 화학물질이 DNA에 달라붙으면서 일어나는 ‘메틸화’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메틸화가 일어나면 몸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억제되거나 약해질 수 있다. 특히 메틸화는 생활 방식이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메틸화를 통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펙터 교수는 “통증을 참는 정도가 다른 일란성 쌍둥이나 우울증, 당뇨, 유방암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메틸화를 측정해 본 결과 상당한 유전적 차이를 발견했다”면서 “쌍둥이 중에서도 한쪽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켜져 있고, 한쪽은 유전자가 꺼져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 망명 정부가 연합군을 지원하고 철도파업을 지시하자 퇴각하던 독일군은 네덜란드의 적대 행위에 보복하는 의미에서 네덜란드 북서부의 인구 밀집지역에 식량 봉쇄 조치를 내렸다. 암스테르담을 포함한 서부 주요 도시들의 시민들은 네 달여를 하루 580kcal 정도의 식량을 배급 받았다.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오랜 기간 기근에 노출된 산모들이 출산했던 후세들은 비만율이 2배나 높으며,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같이 후성유전이란 ‘DNA 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DNA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같은 유전자일지라도 유전자의 발현 패턴이 변할 수 있고, 이런 유전자의 변화는 평생 동안 영향을 줄 수 있다.

생활 습관에 따라 인간이 변화할 수 있고 또 나아가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무장 훈련이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무한 환경에 처해 있지만, 이런 환경으로 인한 영향이 나를 바꾸고 또 내 후대를 바꿀 수 있다는 관점을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안을 연습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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