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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보리의 향연

 

봄나물과 보리밥은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단짝이다. 갓 지은 보리밥에 향긋한 봄나물을 잔뜩 넣고 참기름 한 방울을 더하면 고소한 참기름 향이 맴돌아 밥을 채 다 비비기도 전에 입에 고인 침이 꿀떡 넘어간다. 고추장을 넣고 슥슥 잘 비빈 보리밥을 입에 넣으면 보리밥 알갱이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보리밥은 수북하게 떠 볼이 미어터질 듯 입에 밀어 넣어야 제 맛이다. 이게 진짜 보리밥의 맛이다. 언제 먹어도 맛이 좋지만 중요한 모임을 앞두고 보리밥을 먹을 때면 늘 긴장하게 된다. 바로 보리방귀 때문이다.

보리밥을 먹은 날의 방귀소리는 왜 또 그리 용감무쌍한지 얼굴이 발그레해지기 일쑤다. 그래서 애써 참거나 궁둥이를 살짝 들고 소리 없이 뀌려고 내심 신경을 쓰게 된다. 보리밥을 먹으면 방귀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보리에 많은 식이섬유가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급속히 발효되면서 여러 가지 휘발성 물질을 만들고, 이것이 장 내 가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변비가 있는 사람들에게 약 대신 권할 정도로 보리의 섬유질은 장에 좋다. 또한 보리에는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 비타민B, 섬유질 무기질과 성인병과 암 예방에 좋은 베타글루칸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보리는 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지나고 늦은 봄에 수확한다. 벼나 밀보다 100년 이상 빠른 기원전 17000~18000년부터 인류의 주요 식량작물이었다. 보리가 오곡 중 하나로 정해진 것은 기원전 2700년 신농시대라는 점에서 볼 때 그 재배 역사가 매우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밥, 고추장과 된장, 술, 떡, 식혜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화 가능성을 보이며 끝없이 진화 중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결과, 당뇨개선과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가 큰 폴리코사놀과 간 기능 개선과 혈당강화에 좋은 사포나린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싹보리에는 칼슘(우유 4.5배), 칼륨(시금치 2.1배) 등 무기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100% 국산보리로 만든 맥주를 개발해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제주에서 판매되는 맥주 ‘제스피’에는 쌉쌀한 보리맛이 특징인 ‘백호보리’가 맥아로 들어간다. ‘백호보리’가 지역 농가들과 계약재배되면서 농가 소득은 높아지고, 생산·제품개발 과정에서 지역 일자리가 생겨나게 됐다. 이는 관광객 유치 증대를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리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보리를 재배하는 각 지역의 농업인들이 스스로 나서 보리밭 축제를 기획해 보리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 김제 지평선 보리밭 축제 등을 찾아가면 겨우내 모진 추위를 꿋꿋이 이겨낸 보리들이 봄 햇살에 푸름을 더하고, 이따금 불어오는 봄바람에 초록빛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요즘같이 자연스레 ‘아! 날씨 딱~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때, 보리밭과 황톳길이 빚어내는 봄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콧바람을 쐬고 나서는 향긋한 봄나물 그득하게 양푼에 담아 보리밥에 고추장 한 숟갈 듬뿍 넣어 봄을 맛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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