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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이제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나

 

슬픔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인간의 삶은 언제나 참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역사를 이어간다.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떠안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워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게 마련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으로 삶을 끝내지 않는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이 아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산다”라는 사실뿐 아니라 “아프다”라는 사실조차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제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실종자 수색의 연장과 선박인양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사고 책임을 져야할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따르겠지만 사건 처리의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이어서 여·야 간에 얼마간의 정치적인 멱살잡이도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 사건의 필요적인 처리 절차는 아니다. 사회라고 하는 집단적인 삶은 전쟁과 초대형의 자연재해 따위 아무리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더라도 언제나 이렇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처리하고 저장한다. 사실 그밖에 다른 방법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은 인간사회가 겪는 다른 사건 사고들과는 좀 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인간이 개인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형태의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관련자 몇 사람만 정신을 바짝 차렸어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던 “초대형의 교통사고”로서, 사람이 만들어낸 재난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난의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경위를 밝히고 잘만 수정한다면 얼마든지 다시는 이러한 불행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유난히도 이러한 인재(人災)형의 재난이 많다. 엉터리로 건물과 시설을 짓고 만들고, 관리규정 하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규정이 있어도 지키지 않고, 사고가 나면 우왕좌왕 덤벙대다가 사고를 더욱 키우기가 다반사이고, 심지어 안전의 직접적인 책임자는 훈련도 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통상 직업 윤리의식까지 결여하고 있기 일쑤다. 2003년의 대구지하철 참사사건과 세월호 사건은, 마스터키를 가지고 자신만 먼저 도피한 기관사와 승객들을 버리고 일착으로 탈출한 선장까지 어쩌면 그렇게도 빼닮았는지…, 따지고 보자면, 노무현 정부 때의 공무원들이나 박근혜 정부 때의 공무원들이 차이를 내야할 이유도 없는 것 같고….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사고의 원천적인 이유는 자연재해의 경우와 달리 그 이유를 알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표면상으로는 훈련부족, 안전불감증 따위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나는 그러한 사고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개는 부패한 사회적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탐욕에 의한 거래 속에서 실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강주의가 확산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부패하지 않은 사회가 어떻게 나사 빠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다. 지금 국무총리를 바꾸고 내각을 바꾼다한들 이러한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어차피 또다시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을. 정치권 전체가 사임하고 현재 정치인 전원이 재출마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의 참회형 재선거쯤이나 한다면 모를까, 정치권의 어떠한 설왕설래도 이러한 우리의 골 깊은 부조리한 환경을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차 × 묻은 ×, 겨 묻은 × 아닌가. 당장은 우선 완벽하고 적법한 처리라도 해보자. 반성은 그 다음에 우리 모두가 참여하여 좀 더 길고 엄혹하게 장(場)을 바꾸어 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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