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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중소기업, 현장 매뉴얼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는 원칙대로 하면 ‘꽉 막힌 사람’이라고 한다. 공무원이 ‘원칙대로 한다’고 하면 민원인은 그 공무원을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하며 때로는 크게 불쾌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원칙대로 하는 것이 왜 나쁠까?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에서 안전에 관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이 대형 참사를 통해 우리는 원칙대로 작동하는 우직한 현장 매뉴얼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든다면 아프지만 그나마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 김치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배추절임을 위해 소금을 칠 때 정량을 넣는 방법이 순전히 숙련자의 감에 의존하는 것을 보았다. 정량화된 양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손맛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당연히 그 손맛시스템은 작동될 수 없다. 염도 얼마에서는 몇 시간, 양념 몇 킬로에는 소금과 젓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작업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 작업이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종업원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현장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직원이 바뀔 때마다 일을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 보면 매뉴얼의 중요성을 느낄 것이다. 나룻배는 사공의 경험으로 움직이지만 배가 커질수록 매뉴얼이 필요한 것처럼 중소기업도 규모가 커질수록 매뉴얼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전 세계로부터 물품을 구매하고 지식과 정보를 사들이고 있다. 이제 오픈 이노베이션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창의적인 제품이나 기술력을 갖춘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대기업은 협력 중소기업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매뉴얼은 동반성장 현장에도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떠한 협력에 대해 이미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일을 성사시키고, 그 성과가 나오면 사전에 합의한 대로 성과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현장에 접합시킨 좋은 예가 ‘성과공유제’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협력활동을 보면 원가절감,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 신제품 개발 등의 분야를 들 수 있으며, 성과를 나누는 방식으로 보면 현금 보상, 장기 계약, 구매물량 확대, 해외 거래선 알선 등이 있다. 성과공유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서로가 합의하여 작성한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 중소기업이 계약대로 개발하지 않거나, 대기업이 사후에 그 성과보상을 지키지 않으면 이 매뉴얼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다툼의 증거물이 되어 더 큰 갈등을 만들게 된다.

2006년 도입된 성과공유제는 지금까지 147개 기업이 3천800여개 과제를 등록하여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어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품질개선으로 완제품 성능향상에 기여했다며 이익금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불하였고, 어떤 곳은 3년간 납품권을 보장해 주었다. 이 제도가 확산되면서 깨달은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가 이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때 후임자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매뉴얼이다. 잘 정리된 매뉴얼이 있으면 현장에서 생산성은 훨씬 높아질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성과공유 매뉴얼’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다.

세월호의 신참 선원들도 매뉴얼을 숙지하고 그대로 따라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현장에서 지켜지는 매뉴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 전반에 안전 매뉴얼이 필요한 것처럼 경제 분야에서도 효과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 우리사회가 이제는 ‘원칙대로 작동하는 우직한 매뉴얼’을 만들고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매뉴얼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이번 기회가 안전과 효율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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