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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국민이 안전해야 선진국이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292명 사망), 1994년 성수대교 붕괴(32명 사망),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사망),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유치원생 19명 등 23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192명 사망), 2014년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대학생 10명 사망). 최근 2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재난사고들이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 같은 참담한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재발해 온 국민을 비통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6일째, 생때같은 자식 등 2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아직도 80여명이 생사를 알 길 없이 차가운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더욱 통탄할 일은 이번 사고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안전 불감증과 부도덕한 어른들의 사리사욕, 부조리로 인해 재발된 인재이자 관재(官災)라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을 크게 떨어뜨린 것은 물론 우리의 사회구조적 모순과 재난시스템 부재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꼴이다.

정부는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땜질식 처방에 그칠 뿐이다.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 외 대폭적인 개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총리의 사표 수리를 미룬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미 떠나기로 한 인사가 얼마나 책임감과 권한을 갖고 사고 수습에 임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나서 강력하게 사고 수습을 진두 지휘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은 침몰 사고가 한순간에 참사로 이어지게 한 정부의 위기대응능력 부재다. 지휘 체계도 없이 우왕좌왕, 갈팡질팡 하며 구조 작업에 늑장을 부려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수많은 생명을 잃게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1 과제로 ‘국민 안전’을 내세웠는데 한낱 헛구호가 돼 버렸다. 이번에야말로 대형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 확립을 서둘러야 한다. 강력한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를 통한 일사불란한 현장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관계기관이 컨트롤타워를 맡되 현장지휘는 현장 사정에 밝은 구조전문가들에 권한을 부여하고 전적으로 책임지는 이원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평소 실질적인 훈련과 이를 통한 원활한 소통이 정착돼야 한다.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통합 컨트롤타워 개념의 ‘국가안전처’ 신설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와의 유기적 소통을 위해선 안전행정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그러나 현재 ‘장관이 타 부처 장관을 지휘해야 하는 문제(사회재난관리-안전행정부)’에 ‘청장이 장관을 지휘해야 하는 모순(자연재난관리-소방방재청)’은 정비해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재난대응 매뉴얼의 정비 및 대응 훈련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재난대응 매뉴얼이 3천400여개나 만들어져 있다는데 이번 사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현장 대응에는 유명무실하다. 현장 전문가 양성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과 반복적인 현장 훈련의 부재 탓이다.

더불어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는 각종 부조리의 척결은 범국가적, 범국민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그렇듯 정부 기관과 업계 간 연결된 검은 커넥션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비리 공무원의 물갈이는 물론 뇌물 공여자에 대해서도 수십, 수백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일지라도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선진국은 요원하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가 곧 선진국이다. 최상의 국가재난대비 시스템을 확립하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것만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는 길이다. 후진국형 인재는 더 이상 되풀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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