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준성칼럼]진정한 행복은 나눔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했던가. 요즘은 눈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TV를 보면서도 훌쩍거리기 일쑤고, 작은 감동의 스토리에도 코끝이 찡하다.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전혀 이상한 것도, 감성적으로 변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가 공감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방황, 사랑, 이별, 죽음 등 경험이라는 촉매로 인해 공감을 하고 그 공감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자신들도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수긍하면서도 눈물이 날 때마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엊그제도 그랬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선물 좀 준비할까 해서 백화점에 들렀다가 본인 옷만 실컷(?) 사고 돌아온 저녁, 아내와 늦은 식사를 하고 TV를 켰다. 화면 속엔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삶과 사랑 슬픔 극복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스페셜이 방송되고 있었다. 모 방송사에서 지난 9년 동안 방영된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데 모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재구성, 가정의 달 특집으로 내보낸 것이다.

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며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풀빵장수 아줌마이야기부터 선천성 불치병과 싸우는 세 살배기 아이의 가족이야기 등등 내용도 힘겨운 난관과 장애를 헤쳐 가는 주인공들의 열정과 의지를 주로 조명하는 것들이었다. 호기심에 보기 시작한 나는 이내 눈물을 훌쩍 거렸다. 그리고 주인공과 가족들이 측은하고 불쌍해서 흘리던 눈물이 어느 틈엔가 감동의 눈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10여분이 지나서였다. 주인공과 가족들만 홀로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공감하고 참여하고 그 고통을 서로 나누려는 주위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어서 그랬다. 특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인공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며 이 세상에 남아 고통 받는 가족들의 힘이 되어주는 사연에서는 더욱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다.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누구나 견디기 힘든 슬픔에 빠진다. 슬픔이 지나쳐 자책하는 마음이 일고, 자책이 심해지면 자학으로 이어진다.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닥치고 그 불행 가운데서 고통의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번민을 극복치 못하면 극단적인 일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마련인 이 세상에서 죽음이란 이별을 계기로 또 다른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엔 얼마든지 있다. 다큐스페셜처럼 그들을 도우려는 사랑의 마음도, 행복을 나누려는 순한 마음도 많기 때문이다. 모두 우리사회가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

해서 엊그젠 우리가 왜 건강을 지키며 성공을 말하며 행복을 말하는지, 지금 우리가 왜 그 희망의 도전 과정을 되새겨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했다. 또 그런 건강을, 성공을, 행복을 어디에 왜 사용하려고 그처럼 아등바등했는지도 돌아보았다. 쉽게 얻을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이조차 반문하지 않은 어리석음도 반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의 화목과 건강을 행복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화목과 건강은 행복의 조건이지 행복 자체는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행복의 조건’과 ‘행복’ 자체를 혼동한다. 따라서 행복을 가장 쉽게 정의하면 ‘마음이 즐거운 상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즐거운 마음이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나눔에서 가장 많이 얻어진다고 한다. 무엇인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 비록 그 일을 하는 동안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마음만은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상태가 된다. 즉,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발견하는 즐거움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이다.

너무도 지독한 슬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더 많은 마음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 나누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데, 돈이 있다면 돈을 나누고 사랑이 있다면 사랑을 나누고 작은 행복이 있다면 그 행복까지 나누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