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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미·일 vs 중·러 대결구도와 한반도

 

미국은 지난 5월5일 미군 2천500명을 투입, 필리핀군 3천명과 함께 필리핀 북부 팔라완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팔라완섬은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난사군도(南沙群島·Spratly islands)와 인접한 섬이다. 이에 앞선 4월28일 미국은 필리핀 정부와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증진협정(EDCA)도 체결했다. 부상(浮上)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미국을 이용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의 역량을 강화해 보려는 필리핀의 의도가 맞아 떨어진 사례다.

미국은 지난 2월12일에도 일본군 등과 합동으로 괌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다.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의 지배권 확보 의도를 이 훈련에 반영했다. 이에 동조하여 지난 4월24일 일본을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대상임을 확인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했다.

동북아(東北亞)는 미국이 중국과 대(大)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이에 편승한 일본이 다시 중국을 견제하는 소(小)각축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재정적자로 국방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일본이 미국의 군사력을 보완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독일과 다른 행태를 보여 왔다.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라는 절차를 생략한 채 무력 증강을 정당화 해 버렸다. 얼마 전 아베 일 총리는 “일본은 독일의 화해와 사과방식을 따를 수 없다”고 말했다. 강력한 군대와 경제력을 갖춘 제국주의적 행태로 변모한 듯한 위험한 발언이었다.

일본의 행위는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미·일의 군사적 밀착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 중·러의 결속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중국은 5월 말 일본과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러시아와 대규모 해군 연합훈련을 거행한다. 물론 러시아도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에 적극적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미국 주도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일본이 동참하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러는 2012년 4월 칭다오 인근 서해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시작한 이래 2013년 7월에는 동해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해역에서 합동훈련을 전개했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과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전후(戰後) 질서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조한다.

현재 동북아는 제국주의적 재기를 꿈꾸는 일본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강경한 행보를 거듭하는 러시아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역사 부정, 군사력 증강 등으로 동북아지역 안보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거기에다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도발까지 감안한다면 한반도 주변은 그야말로 화약고 중의 화약고인 셈이다. 실제 군사적인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역사적 변혁기에 처해 있는 동북아 질서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정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연일 부르짖으며 미국을 붙잡는 반면, 중·러와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일본이 향후 독자적 군사력을 갖추게 된다면 미국과의 동맹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일본은 미국에도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 앞으로 중·러와 미·일이 한반도 근해에서 충돌한다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미국을 축(軸)으로 한 국제질서를 깨뜨릴 가능성이 농후한 일본, 자만에 빠져 군국주의적 광기를 내뿜는 일본, 역사를 왜곡하고 실체적 진실을 부정하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우리의 안보적 무장과 현명한 외교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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