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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안전불감증’과 이윤의 논리

 

4·16 참사의 원인을 두고 흔히 말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이 말은 ‘증상’ 곧 결과를 놓고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그 증상으로 열이 날 때, 열을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노동자를 가리켜 ‘근로자’라 한다든가, 주식시장의 투기자본을 ‘외국인’이라 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대상을 달리 호명해, 이른바 프레임을 다시 짜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함이다.

4·16 참사는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말하자면 ‘시장실패’와 ‘국가실패’의 최악의 조합이다. 침몰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는 배 바닥의 평형수를 빼내고 대신 화물을 적재, 해당 기업은 듣기에 약 8천만원의 수익을 추가했다 한다. 이는 해상운송산업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의 영업 전략이라 하겠지만, 명백히 범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에 대해 그 심리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 것은 각종 규제완화를 떠들고 또 집행해 온 정부다. 신자유주의다. 시신수습도 다 안 된 마당에 사람이, 아이들이 죽은 것이 배가 침몰했기 때문인지, 국가가 구조를 못했기 때문인지 지금 따지는 것은 다분히 무례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은 붕괴되었고, 머리가 텅 빈 관료들이 주도한 이 대응은 명백히 실패했다. 국가 실패다. 무능한 관료주의는 그저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정도를 넘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음을 현장중계를 통해 보여주었다. 지금도 선박 ‘구난’ 명령은 내렸지만, 인명 ‘구조’ 명령은 발동되지 않은 상태라 하지 않는가. 낡아 빠진 중고 배와 그 안에 갇힌 302명의 인명의 경중도 구분하지 못하는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실패한 시장과 국가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 같은 논리가 있다. 바로 이윤의 논리다. 자본의 논리다. 이윤은 이윤율로 표현된다. 여러 계산법이 있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잉여가치(s)/불변자본(c) + 가변자본(v)을 100으로 곱한 값으로 보자. 이 공식상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분모를 최소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변자본 곧 임금과 불변자본 곧 시설,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줄이면 된다. 그래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고, 안전시설, 설비, 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면 된다. 세월호는 바로 이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좇았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공적 기능인 구난과 구조를 아웃소싱(민영화)했다. 이는 비용/효율이라는 자본 논리에 따라 움직인 결과다. 이 과정에서 언딘이라는 특정 기업과 해경 등 특정 국가기구 사이에 남모르는 ‘유착’이 있었는지 여부와 그것의 범죄성 여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요컨대 안전은 나아가 우리가 ‘자연사’ 할 확률은 저 이윤의 논리에 반비례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저 비용에 불과한 ‘안전’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안전을 이윤 논리에서 분리된 공공영역으로 거둬들이기 위한 각종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안전에 실패한 기업은 기업가 명부에서 영구히 삭제됨을 보여줘야 한다. 마찬가지 안전에 실패한 정부 역시 정권을 내놓아야 할 정도의 비용을 국민의 이름으로 청구해야 한다.

국가 실패에 대한 책임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무한책임’ 언급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국가실패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시민의 ‘조직된 분노’의 힘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특검, 국정조사, 국정감사를 포함한 온갖 법안 발의 다 공염불이다. 오직 이를 통해 ‘국가의 재구성’이 가능해지며, 그래야 우리, 나아가 우리의 후대가 좀 더 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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