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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이 온통 선거다. 카네이션을 건네줄 제자도, 받아줄 스승도 없는 이런 비극적인 스승의 날은 두번 다시 없어야 한다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6·4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팽목항에서 기약 없는 아들과 딸,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있고, ‘적막의 도시’로 변한 안산은 언제 깨어날지 쉽사리 기약하기 어렵다.

국민을, 그리고 그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꿈꾼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던가.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은 그 파렴치함과 뻔뻔함으로 점철된 잔인한 ‘인재(人災)’ 세월호 참사 속에 5천만 국민들이 한줄기 희망에 의지해 그 많은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울 때 또다시 찾아든 사람이 만든 재앙들은 그저 몸서리를 치게 할 뿐이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가 노래가사에서 현실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4일간이나 계속된 그들의 태만이 지하철사고로 소스라치게 하더니 14일에 벌어진 수원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원천리천의 범람 역시 인재라는 사실만 새삼스레 기억될 뿐이라는 게 입맛이 쓰다.

무슨 사고만 터지면 그토록 우리의 정부와 관계기관, 공직자들은 바빠지는가. 수없이 많은 대책들이 마치 판박이마냥 쏟아졌다가 하루 이틀 새에 또다시 기억의 저편으로 파편처럼 흩어지고, 그 틈새를 비집고 ‘관심을 받고 싶었다’는 변명을 들이대고 터지는 말의 공해들이 비수처럼 꽂히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될지 긴 탄식이 주변을 맴돈다.

한때 유행했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는 언제부턴가 ‘당신의 24시는 무사하십니까’로 바뀐 지 오래고, 하루하루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절망감이 우리의 국가관마저 위협한다는 사실은 참 무섭지만 현실이다.

그러나 그 무력감과 공포, 절망, 방관을 뒤집어 다시 희망과 기대, 꿈이란 단어를 모아 다시 서는 하루가 고되지만 우리의 미래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다’는 그 작은 소망은 내 가족, 내 이웃, 내 동네, 내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서부터 한발한발 시작됨을 누구보다 우리들은 잘안다.

그 앎이 작은 실천과 나눔으로 횟수를 더하고, 구석구석에서 켜켜이 쌓여갈 때 비로소 희망의 등불로 ‘공동체’라는 우리의 주변을 따뜻하게 밝혀준다는 것도 이미 충분한 경험으로 우리 DNA에 가득하다는 것쯤도 이제 상식이 되어버린 ‘북풍(北風)=선거철’의 공식과도 같이 돼버린 지 오래다.

우리의 힘으로 새롭게 쓸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시간이 바로 눈앞에 왔다. 6·4지방선거의 의미가 그동안의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 이상인 것은 바로 그래서다.

낯부끄러울 만도 하지만 자기 입으로 참일꾼이라 말하고, 홍수처럼 넘쳐나는 자기들 자랑은 SNS를 나와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손을 타고 올라 머리끝까지 호시탐탐 점령하기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지만 절대 주눅 들지 말자.

6월5일 당선증을 받아들고 나면 예전의 그들처럼 또 깁스한 목에 ‘갑질’을 하려 하는 그 못된 버릇이 나올지도 모르는 그들을 머슴으로 부리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꼼꼼히 살피고 그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 한 번 뽑아 보자는 피맺힌 절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장에 가자.

여(與)든 야(野)든 아니면 무소속이 됐든지 간에 개개인의 판단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안전을 만든다는 점을 명심하고,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힘없는 어른이라서, 아무 것도 못한 어른이라서 미안하다는 자조 섞인 반성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의 이 치욕과 수치가 우리가 만드는 내일의 출발점을 뼛속 깊이 기억하고 행동할 때가 드디어 됐다.

아직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 있는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기억하는 것, 이 나라의 어른이자 국민으로 사는 ‘마른 눈물’이 주는 의미가 새삼 어깨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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