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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세월호 사건이 제기한 한국사 과제

 

오늘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해방 이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단일 사건에 이렇게 온 국민들이 슬퍼하면서 분노하고, 절망한 때가 있었던가? 세월호가 침몰하는데 선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망각하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 침몰하는 세월호 가까이 가서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배 속의 어린 학생과 시민들을 구조하지 못한 해양경찰, 취약한 해상구조 구난 체계,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고 있는 기업과 관료사회의 문제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시스템 운영되는 한국 사회

21세기에 한국사회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이를 깨달지 못하고 20세기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19세기, 20세기 한국사회는 근대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19세기 말 한국 역사는 외세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 달성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전반 한국인들은 독립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였고, 그 결과 독립을 쟁취하였다. 20세기 후반 한국사회는 민주주의 체제의 확립과 국민들이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 성장, 그리고 분단된 국가의 통일이라는 세 가지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기본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였고, 산업화도 19년 만에 달성하였다. 20세기 말까지 한국사회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중시해왔고 상당 부분 달성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목표 달성을 중시하고 그 과정이 다소 잘못이 있어도 양해가 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사회는 20세기와 다른 새로운 사회적 과제에 당면하였다. 여성의 권익 신장과 사회적 진출의 확대, 글로벌 사회로의 전환, 국민이 행복한 안전한 시민 사회를 만드는 과제이다. 이들 과제는 목적 달성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이를 무시하였다. 21세기 한국 사회에 우리는 20세기 사회 운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매우 중시하는, 그래서 성과만 내면 그 과정을 거의 문제 삼지 않는 방식.

세월호 사건, 역사에 엄중한 경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리고 법적 책임을 질 사람에 대한 처벌과 정치적 행정적 책임질 사람에 대해 문책, 이번에 드러난 기업과 관료사회 문제점의 구조적 개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재난을 점검하여 재난의 발생을 줄이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 시민 의식의 전환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조사와 사회적인 대토론을 거쳐 대책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20세기 전반 독립운동 하던 때, 20세기 후반 민주화와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이 온 힘을 쏟아 부을 때의 심정과 각오로 새로운 사회,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일, 우리 모두를 변화시키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은 1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 역사와 사회에 던진 엄중한 경고를 몇몇 개선책으로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몇몇 사람의 문제로만 치우쳐 버리고 우리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재난과 사회적 문제가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와 역사를 쓸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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