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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국가안전처가 성공하려면

 

세월호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났다. 우리 국민들은 유족들의 슬픔과 절망을 지켜보면서 내가 어찌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 나라, 이 세상에서 고귀한 생명이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연(緣)을 다한다면 얼마나 서러울까? 안전이 확보된 이상향의 유토피아(Utopia)나 샹그리라(Shangri-La)는 정녕 우리 곁에 없다는 말인가.

1993년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110t급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듬해에는 한강을 가로지르던 성수대교 48m 구간이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 쳐 32명의 고귀한 생명이 강물에 가라앉았다. 또다시 1년 후인 1995년에는 강남의 대표적 상징물이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어 507명의 영혼이 하늘로 날아갔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가 음지에서 소리 없이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국정원으로 명칭이 바뀐 당시의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었다.

안전사고가 빈발하던 그때 정보기관에서는 국가안보의 개념을 광의(廣義)로 해석했다고 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는 영토(領土), 주권(主權), 국민(國民)이다. 그러므로 국가안보(國家安保)란 국가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것을 말한다. 국가안전기획부가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도 안보의 3분의 1을 달성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때부터 정보요원들의 촉수가 민감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사고위험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다니며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했다고 전해졌다. 정보요원들의 임무 중 하나가 예방정보활동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들에게는 보안 정보활동 외에 일반적인 안전 정보활동까지 요구되었을 것이다. 하기야 보안이 영어로는 씨큐리티(security)이니 보호, 방어 및 안전 활동이 다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정보기관의 안전 관련 정보는 각 부처 등에 전달되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알려졌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이긴 하지만 이들 요원의 예방정보 활동 이후 재난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북한 또는 적국에 의한 테러(terror)의 결과도 일반 재난사고의 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양 재난사고가 테러에 의해 발생했다면 안보문제가 되어 대테러 및 대공 등의 재난관리 노하우가 있는 국가안보기관이 개입, 일사불란하게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재난 사건은 개입여지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형 재난사고는 국가와 국민 전체에 위해(危害)를 끼친다는 점에서 안보문제와 동일하게 다뤄져야 된다.

2000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당시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정보 수집 실패를 문제 삼기는 했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였다. 여·야가 정쟁중단을 선언하고 한 목소리로 우리는 미국인이라고 외쳤다. 그리고 도청까지 허용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對)테러법을 제정했으며 지금까지도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새롭게 신설될 국가안전처의 성패여부는 재난사고 처리 매뉴얼보다는 재난사고 예방 시스템 정비에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안전사고 예방정보활동을 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생명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국가안보의 하나인 점을 중시, 국가정보기관 등과 협조하여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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