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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상처, 글로 새기는 아픔

 

“지금 나라초상입니다./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두 눈에 넣어둔/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세상에/세상에/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하략)” 이 시는 시인 고은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시로 ‘이름 짓지 못한 시’이다.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시와 함께 공감하며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주변의 지인 중에는 지난 4월16일 이후에 새로운 결심을 한 이가 많다. 고통스럽게 떠난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힘겨운 시간을 잊기 위해 가까운 지인 한 사람은 매일 아침마다 10㎞씩 마라톤을 시작했다. 세월호의 마음 아픈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기성세대가 철저한 반성과 애도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오늘의 참담한 역사로부터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될 것을 믿으며 서로를 격려한 그 아이들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한다.

스미스 선장 이야기

1912년 4월 14일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선장은 에드워드 존 스미스였다. 문득 그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지나간다. 그는 낮은 계층 출신이었다. 그 기품과 카리스마 덕분에 화이트 스타 라인의 고객 중에도 오로지 스미스 선장의 배만을 타는 사람도 많았다. 원래 1911년에 은퇴할 예정이었지만 회사 측의 설득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출항하기로 한 것이 바로 타이타닉호의 처녀항해였다. 스미스 선장은 배가 빙산에 충돌한 후, 배수펌프로 밀려들어오는 해수를 밖으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배가 서서히 앞으로 기울고 뱃머리가 해수면 아래로 점점 들어갔다. 그는 배를 포기하고 탈출 명령을 내렸다. 우선 그는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구출할 것을 승무원들에게 명령했다. 스미스 선장은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지만, 끝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가 침몰하는 배와 마지막을 함께 하였다.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스미스 선장은 조종실이 물에 잠겨 유리창이 수압으로 깨질 때까지도 조타기를 붙잡고 그대로 서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스미스 선장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건강한 마음이 들게 한다. 그의 고향 영국 리치필드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기리고자 동상을 세웠다.

마음에 새기는 아픔의 글

학교에서 글을 쓰거나 글을 읽는 것이 주업인 나는 문득 희생자들의 평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전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를 말한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의 일생이나 일생의 일부를 기록해 놓은 글을 말하는 전기는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 인물, 사건들이 실제로 있었던 글이다. 다섯 살짜리 어린 동생을 위해 구명조끼를 벗어준 한 살 더 먹은 오빠 ‘고 권혁규’ 아이의 짧은 삶도 평전으로 기록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고 김기웅’, ‘고 정현선’ 승무원은 자신의 생존 본능보다는 승객을 위해 거룩한 희생을 보여주었다.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희생된 ‘고 정차웅’ 학생에게서 우리의 희망은 계속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야해”라고 하면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탈출과 구조를 도왔지만, 정작 자신은 끝내 마지막까지 승객 구조를 위해 배를 지키다 숨진 세월호의 ‘고 양대홍’ 사무장의 삶도 기억하자. 또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선생님, ‘고 최혜정’ 선생님의 죽음도 마음으로 기억하고 글로 새겨질 수 있을 것이다. 큰 재난 이후 치유를 위해서는 시간과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글쓰기가 모두의 상처를 보듬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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