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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끼’는 한국적인 ‘Soul’”

특유의 목소리로 대중 감성에 접근
팝발라드 곡도 한국적 노래로 탈바꿈
고교때 밴드부로 노래와 인연 맺어
데뷔 15주년 가창력으로 정상 지켜

 

싱글 ‘불꽃’ ‘여전히 뜨겁게’ 잇달아 발표한 ‘발라드 여왕’ 백지영

최근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지영(38)은 다이어트 중이라고 했다. 훤칠한 키에 변함없이 늘씬했지만 새 음반 활동을 앞두고 운동을 하면서 식단 관리를 하고 있었다.

“결혼 후에 남편과 집 밥을 먹으면서 살이 좀 붙었는데 다시 좀 뺐어요.”

지난해 6월 9살 연하의 배우 정석원과 결혼한 그는 지난 7일 싱글 ‘불꽃’을 발표한 데 이어 26일 또 다른 싱글 ‘여전히 뜨겁게’를 잇달아 발표한다.

두 곡은 히트곡 ‘사랑 안해’,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그여자’ 등 백지영의 ‘뽕끼’ 있는 한국적인 발라드의 연장선에 있다. 허스키한 음색으로 가사의 한 음절마다 감정을 싣는 그의 창법은 전달력과 감정 이입에 탁월해 널리 사랑받았다. 끝 음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바이브레이션은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에도 변화를 택하기보다 대중이 원하는 노래를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그는 “‘뽕끼’는 한국적인 솔(Soul)”이라며 “보통 알앤비(R&B), 솔 등 여러 장르로 구분하는데 ‘뽕끼’는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솔이다. 가수가 메시지 전달자라면 ‘뽕끼’ 있는 발라드는 대중의 감성에 다가가기 좋다. 나에게 이러한 감성이 생긴 게 무척 좋다”고 말했다.

‘불꽃’은 피아노와 현악기 선율이 어우러진 클래식한 사운드가 흐르는 가운데 구슬픈 음색으로 절제된 슬픔을 표현했다. ‘여전히 뜨겁게’는 독일의 유명 작곡가 아킴과 안드레아스가 함께 곡을 만들었지만 그가 부르니 역시 ‘뽕끼’ 있는 발라드가 됐다.

“‘여전히 뜨겁게’의 원곡은 마치 제시카의 ‘굿바이’ 같은 팝 발라드였어요, 그런데 가사를 붙이고 제 목소리를 얹으니 지극히 한국적인 노래가 됐죠. 똑같은 발라드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간 제 노래가 마이너(단조) 느낌이 강했다면 이 곡은 메이저(장조)여서 제겐 작은 변화이고 요즘 안 쓰는 정박자여서 되레 새롭게 느껴져요.”

어느새 발라드를 대표하는 디바가 됐지만 사실 그의 출발은 댄스 가수였다. 1999년 1집의 ‘선택’으로 데뷔해 2000년 2집의 ‘대시’(Dash)가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 가수 반열에 올랐다. 올해가 15주년이 되는 해다.

“1집을 냈을 때, 무척 잘 나가던 김현정 씨가 공백기여서 후속곡 ‘부담’까지 죽 이어갔는데 그때 이정현 씨가 나오는 통에 밟혔죠. 하하. 이후 2집이 당시 기준으로 40만 장 가까이 팔리면서 반응을 얻었어요. 엄정화 언니 이후 여자 가수 중 음반이 가장 많이 팔린 거였죠.”

그는 사실 연예인이 되고 싶단 생각도, 음악을 할 생각도 없었다고 한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아서 고교 때 밴드부를 했고 자연스레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다. 당시 강사로 출강하던 한 작곡가의 눈에 띄어 오디션을 봤고 1년 만에 첫 앨범이 나왔다.

“노래 잘 부르는 게 재능이란 생각도 못했던 내가 가수로 사는 걸 보면 운명이란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가수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점에 있던 2000년 큰 시련을 겪었고 그 영향으로 3집(2001), 4집(2003)은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3년의 공백기 끝에 2006년 발표한 5집의 ‘사랑 안해’가 빅히트를 하면서 다시 정상급 가수의 대열에 올랐다. 이 곡은 ‘대시’ 이후 6년 만에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올랐고 그해 노래방 최고 애창곡으로 꼽혔다. 재기에 성공해 다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알차게 꾸려나가는 모습에 동료 가수들은 여전히 ‘멋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15년간 정상에서 노래하는 힘은 역시 가창력이다. 숱한 히트곡 중에 그는 5집의 ‘사랑 안해’를 “지금도 마이크를 잡으면 가장 떨리는 노래”라며 첫 손에 꼽았다.

이러한 경험 덕에 그는 “지금도 신곡을 내면 1등에 연연하지 않고 조금 안됐다고 의기소침하지도 않는다”며 “달콤한 것이 물거품인지 알기에 ‘의미 있는 1등, 의미 없는 1등이냐’에 대한 내 마음 안의 기준이 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시 노래의 맛을 알아가면서 보컬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소리를 밖으로 뿜어내지 않고 안으로 묻히는 창법을 쓰다 보니 ‘다른 보컬 가수들처럼 애드리브, 화성을 연구해야 하나’란 고민도 했다. 자꾸 남의 보컬을 분석하게 돼 노래를 온전히 감상하지 못하게 됐다.

그는 “이 고민을 해결해 준 사람이 이선희 언니”라며 “언니가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예 노래를 듣지 말라고 했다. ‘이제 네가 부르는 사람에서 표현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서 그런 것’이라고 나의 감성에만 집중하고 만족해야지 욕심내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이런 선배가 있다는 게 안도가 됐고 기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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