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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수용자도 우리 국민의 일원 사회의 따뜻한 관심 인식전환 필요하죠

 

이 영 근 경기대 사회과학대 학장

“한 국가의 교정제도의 수준은 그 나라의 전체적인 수준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교정제도 전반은 어느덧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정제도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어 내며 우리나라 교정제도 변화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경기대학교 교정보호학과 이영근(58·사회과학대 학장) 교수는 이 같이 말한 뒤 앞으로는 범죄피해자 보호, 선시제도 도입, 여성 수용자 처우 개선, 관련 의료시설 확충, 교도작업의 생산성 제고 등이 당면과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 시절

검찰청에 화염병 투척해

구속됐던 제자 지도

지금은 교정간부 활동

가장 흐믓”




수용자 처우개선 발벗고 나서

교정시설 울타리 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강력범 아닌 여성 수용자들 ‘개방처우’ 방안 제안

선행 따라 형량 감해주는 ‘선시제도’ 도입 주장



범죄피해자 보호·관련 의료시설 확충 등 당면 과제

제자들에게 인권보호·투철한 봉사정신 주문

국내 교정제도 변화의 산 증인

1980년대 유학시절 민주화 운동 참여 못한 미안함

동참하는 심정 ‘인권 사각’ 교정분야 개혁 도전

경기대 교정학과 창립 참여… 후학 양성 등 앞장



1995년부터 대통령 자문기구 행정쇄신위 교정 담당

수용자 필기구 소지 허용·한복 수인복 폐지 등 성과




 

그는 먼저 “수용자의 처우는 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개선돼 현재는 대부분의 처우가 선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이제는 선시제도 제도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선시제도는 수용자의 선행의 정도에 따라 형량을 감해주거나 석방시기를 단축시켜 주는 제도로 태국과 스리랑카, 중국 등의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중에 있으며 중국은 반대로 형기를 연장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위헌의 소지를 언급하면 제도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면서 “형기 조정에 대해선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또 전국적으로 1천여명에 이르는 여성 수용자에 대해 대부분이 강력범이 아닌 점을 들며 교정시설 울타리 내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개방처우’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수용자 가석방 심사 시 범죄피해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제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수용자의 영치금이 다량 입금될 경우 정보를 제공해주는 등 ‘범죄피해자지원’에도 신경써야 할 때라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협박 편지를 쓰는 등의 행위도 막아야 하며 수용자의 가석방 시 피해자에게 이를 알려주는 것도 도입해야 할 정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교정병원 등을 건립하는 등 교정의료 시설 확충도 노력해야 하고 교정시설 내 수용자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이 처럼 수용자 처우에 대해 무한한 관심을 보내는 것은 ‘죄책감 아닌 죄책감’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초중반에 미국에서 행정학을 공부하던 이 교수는 평소 관심이 많은 사법행정으로 눈을 돌리면서 교정분야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시기 고국에서 벌어지던 민주화 운동에 함께 하지 못하면서 선후배, 동기들에게 미안함을 갖게 된 뒤 자신이 할 수 있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교정분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개혁을 이뤄내고자 했던 것.

이 때문에 이 교수는 귀국한 뒤 4년제 대학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교정 전공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대학교 교정학과 창립에 참여하게 됐다.

이 후 이 교수는 후학 양성이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 간혹 외도(?)를 하면서 수용자 처우 개선에 발 벗고 나서 왔다.

실제 지난 1995년부터 2년여동안 대통령 자문기구인 행정쇄신위원회에서 교정행정을 담당하면서 수용자에게 필기구 소지 허용, 기결수 단삭조항 폐지, 한복 수인복 폐지, 수용자 징계위원회에 일반인 참석, 수용자 징벌조항 중 감식폐지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그는 “당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수용자들의 필기구 소지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선 교정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볼펜과 종이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하지만 일부 수용자들이 무분별한 정보공개 청구로 교도관을 괴롭히는 현실은 다소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는 이 교수가 평소 인권보호와 불우계층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실제 “학생들에게 교정학은 어느 국가에서든 인권의 사각지대고 그 사회의 가장 소외계층인 범죄자 재사회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무엇보다 인권보호 의식과 불우계층에 대한 사회봉사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교정분야에서 이 교수의 제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자신들이 배운 지식과 자신들이 느낀 열정을 고스란히 쏟아내고 있다.

이 교수는 “전국 각지의 제자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그중에서도 노태우 정부시절 검찰청 화염병 투척 사건으로 구속된 제자를 지도해 현재 교정간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던 기억이 가장 흐믓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교정분야에 대한 사회의 관심 변화와 수용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교정분야에 대해 일반사회에서는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관점이 높은 실정이다”면서 “그러나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는 수용자들도 국민의 한 일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들을 사회로부터 괴리시키지 말고 사회와 자주 접촉시키는 교정의 사회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규원 기자 ykw@

/사진=노경신 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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