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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청와대 인사시스템부터 쇄신하라

 

안대희 총리 지명자가 그제(28일) 사퇴했다.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하겠다”며 당당하게 수락 기자회견 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하다”고 머리 숙인 뒤 담담한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떠났다. 엿새 만이다.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소상히 해명하겠다던 인사청문회는 서보지도 못했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긴급 수혈된 그가 낙마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현 난국을 쇄신 인사로 돌파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복안도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엿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쇄신 인사의 최적임자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설계 감리 비리수사를 지휘하다 정권 실세의 눈 밖에 나 한때 좌천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에 중임됐다. 직언을 서슴지 않던 그의 강직한 성품 덕이다. 이후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등을 수사하며 ‘안짱’이란 호칭까지 얻었다. 국민이 바라는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책임총리’를 자처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뜻밖이다. 바로 전관예우다. 법조인 시절과 달리 고가 아파트 구입 과정과 대법관 퇴임 후 고액 수임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5개월에 16억원이라는 일반 정서와 거리가 먼 막대한 수입을 올린 것이다.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 시절의 기업 법인세 소송 수임도 동티가 났다.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동산 실거래법 위반과 위장전입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인사청문회 때면 줄곧 듣던 단골메뉴다. 이에 안 지명자는 11억원을 사회 환원한다고 발표했지만, 거기까지다. 법조계의 고질적 폐단인 전관예우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벌써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시절인 지난해 1월,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이야기다. 법관으로서 확고한 소신과 원칙으로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런 그도 도덕성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닷새 만에 물러났다. 안 지명자와 똑같은 전관예우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이전 정권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7년엔 장상 이대 총장과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도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회 인준 과정에서 부결됐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5번째다.

자그마한 기업의 CEO에게도 도덕성은 요구된다. 그 회사와 임직원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탓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총리 자리는 또 얼마나 중요한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총리 지명자의 도덕성은 필요조건이 아니라 당연히 갖추어야 할 충분조건이다. 한 나라의 공익을 대변해야 할 총리 자리가 사익을 위한 자리로 전락해서는 박근혜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인 관료사회의 폐단을 뿌리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법조계 상징적 인물로 평가한 김 전 헌법소장이나 안 전 대법관을 발탁했던 이유 아니던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서 비롯됐다. 먼저 안 지명자의 인사자료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면 문제다. 설령 박근혜 대통령이 낙점한 인물을 검증하다보니 전관예우 등에 대한 내용을 미처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안 지명자 사퇴로 현재 여당 일각에서는 6·4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세월호 영향이 악재로 적잖이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는 탓이다. 정리하자. 지방선거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총리 인선이 시급하다. 그래야 이 정부의 공직사회 개혁도 성공할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개혁이다. 더 이상 국민에게 머리 숙이고 사죄하는 똑같은 레퍼토리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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