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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힐링 넘어 패기와 열정 가다듬을 때

 

2014년도 절반이 다가왔다. 아직도 나머지 절반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는데 경쟁사회에 찌든 몸은 무겁기만 하고 정신은 더욱 혼미해진다. 앞으로 남은 반년이라는 나날을 어떻게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실종자까지 모두 찾아야 하는데 시간은 하릴없이 흐른다. 슬슬 잊힐만도 한데 아직도 어머니는 팽목항 부두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만은 꼭 들어줄 것 같은 신(神)도 무심하다.

팽목항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눈물의 팽목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비극 이후 어머니들은 전율하며 분노했다. 매일매일 ‘공부 공부’하며 아이를 닦달했던 엄마들의 열정도 꺾였다. 평화롭고 느슨하게 아이들을 놀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저 내 곁에 있다는 것으로도 신께 감사하면서. 이처럼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끼친 영향은 막중했다.

그런데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상대를 비난하고 원망한다. 국민적 집단 트라우마가 특정한 목적에 이용돼서는 안 될 일이다. 앙금을 씻어 버리고 증오의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마음의 짐을 온전히 내려놓을 때 그만큼 우리에게 힐링(healing·치유)이 다가오지 않을까? 번지르르한 말로 거짓 위로를 일삼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어쩌면 침묵에 진실이 있을지도 모른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사회적 고통의 진정한 의미와 대책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급변하는 산업화에 사람들의 조급증과 경쟁의식은 나날이 높아졌다. 그러던 중 장기적인 불황이 다가오고 경기침체가 지속되었다. 경쟁사회에 찌든 사람들은 좀 쉬고 싶어졌다. 무한 속도경쟁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새롭게 깨달았다. 즉, 위로받고 싶어진 것이다. 이들의 감성적 본능을 자극하여 치유를 행하는 힐링이 이때부터 유행하게 되지 않았을까? 최근 우리 사회는 온통 힐링이 필요하다. 경쟁사회에서 탈락된 사람들이 그렇고, 세월호 참사에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도 그렇다. 여유 있는 사람들도 건강을 위해 힐링이 필요하고, 가난한 사람들도 감성적 힐링이 필요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아픈 만큼 깊은 치유가 이뤄졌다는 뜻이 아닐까? 곧 힐링이라는 의미다. 힐링은 한때 선풍적 인기를 구가했던 웰빙(well-being)을 몰아내고 산업사회의 경쟁에 지친 인간들의 휴식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불안과 어린 학생들의 상실을 마음에 새긴 국민 전체는 위로받아야 하고 감성적인 치유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힐링(치유)은 외부의 자극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 최고다.

고통은 불시에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고통을 맞이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좌절로 빠져들지만, 어떤 이는 고통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한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한 순간 고통은 더 이상 고통으로 남지 않는다. 그는 고통을 용해시켜 희망에 담아버린다. 우리 국민들도 그처럼 비탄과 분노에서 탈출하여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힐링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위로와 힐링이 필요했다. 몇몇 동료들과 힐링 로드(healing road)를 걸었다. 짙은 녹음 속 피톤치드의 기(氣)와 청정 공기가 오감을 자극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한 달여 동안 집단 무기력에 시달리던 뇌가 맑아지고 투지와 패기가 솟아났다. 이제 위로받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힐링보다 투지와 패기를 가다듬을 도전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힐링을 넘어선 도전과 열정의 불씨가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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