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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한국영화 반독과점 운동

 

한국영화가 부침을 거듭하다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영화 대 해외영화 간의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2000년대 후반 침체기의 4:6이 지금은 6:4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매출 역시 2조원 가까이를 기록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무엇이 문제라 할성싶다. 또 일각에선 스크린쿼터 없어지면 한국영화 다 망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잘되지 않느냐는 타박도 있다. 애먼 스크린쿼터만 물고 늘어지지 않았냐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안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속이 편치가 않다. 대단히 다른 양상의, 그리고 심각한 흐름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현상은 언제나 기만적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산업, 영화계만큼 딱 어울리는 데가 없다. 겉으로는 봐 영화계만큼 화려한 곳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병들대로 병든 그런 상태다. 영화진흥위 자료를 놓고 그 개념도를 그려 보면 금세 이해가 될 게다.

한국 영화산업을 통틀어 매출이 100 발생했다 치자. 여기서 DVD, 온라인 등 부가시장의 비중은 6%밖에 안 된다. 나머지 94가 문제다. 이중 극장상영이 44.7로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 배급이 15.3, 제작이 13.2다. 쉽게 말해 한국영화 매출의 45%는 극장이, 15%는 배급사가, 13%는 제작사가 올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비중으로 보자면 극장>배급사>제작사 이렇다.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주 한국적인 특징이다. 예컨대 미국이나 유럽 영화산업의 경우 극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제작사, 곧 영화사는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제작자, 감독, 배우, 스텝 모두가 여기서 일한다. 매우 상태가 좋았던 2013년, 한국영화 70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23편에 불과하고 나머지 47편은 망했다. 영화제작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업종의 대표적 사례이다. 보통은 망하고 수년에 한 번 대박 나서 빚 갚고 월급 주고 다음 영화 만든다. 그래서 어떤 해 수익률이 50%라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 수년치에 해당되기 때문에 적게는 3년, 5년 더 길게는 10년으로 나누어야 할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영화제작시장은 완전 경쟁이다. 수백개 제작사가 생산한 제품은 유통되어야 한다. 그래서 배급사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배급시장은 10개 정도의 기업이 장악한 과점시장이다. CJ E&M, 넥스트엔터테인먼트(NEW), 롯데, 쇼박스, 소니 등 상위 5개사가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다. 배급을 거친 영화 곧 제품은 마침내 극장, 곧 스크린에 걸려 소비자를 만나게 된다. 극장은 CJ가 오너인 CGV(41%), 롯데(30%), 메가박스(20%) 상위 3사가 91%를 장악한 독과점시장이다. 한국영화산업은 수백, 수천의 영화인이 죽어라 찍어 생산된 물건을 상위 5개 배급사에 공급하고, 이 5개사는 결국 같은 계열사인 3개사에 공급해 소비되는 구조라는 말이다.

결국 수백, 수천의 영화인들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CJ를 위해서 일한 셈이고, 생산된 부가가치 중 제일 큰 몫 역시 CJ가 먹는다. CJ는 극장이면서 배급사고 투자사다. 발생된 영업이익을 배급사와 극장이 분배할 때 5:5로 나눈다. 이것을 ‘부율’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7:3 정도로 나눠야 한다. 7을 배급사가 가져와야 배급사와 계약을 맺은 제작사(생산자)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지고 그래야 투자가 활성화된다.

요컨대 극장은 부동산이다. 강남에 극장 하나 값이면 우리나라 영화제작사 수십개 자산이다. 그래서 재벌이고 또 수퍼갑이다. 이 수퍼갑은 배급사라는 ‘갑’과 한 몸이다. 그 아래 ‘을’ 즉 생산자인 제작사가 있다.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3개의 수퍼갑, 즉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해 수익의 배분구조를 왜곡하고, ‘을’ 곧 영화생산자에게 노예적 지위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은 이제 과도한 재벌 집중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영화산업 반독과점 운동은 바로 이 구조를 바로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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