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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기득권의 啐啄同時를 없애길 바라며

 

음식은 잘 나누면 정이 돈독해지지만, 잘못 나누면 서운한 마음이 쉽게 드는 법이다. 옛말에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음식 끝에 마음이 상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래서 음식을 나눌 때 나보다는 상대편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면 자리가 즐겁고 돋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정으로 나눈 음식은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반대로 음식으로 상한 마음은 잘 잊히지 않고 오래간다.

때가 됐으나 소외된 채 혼자 식사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시간이나 여건상 어쩔 수 없어 혼자 먹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동료들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빼고 간 것을 안 뒤 음식을 먹는 기분이란, 아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럴 땐 상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가장 흔하게 건네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에 사람들이 감동하는가 보다. 물론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인사치레’인줄 알지만 왠지 듣기에 나쁘지 않다. 배려와 관심의 정이 담겨있어서다.

그중에서도 점심보다 저녁을 제의 하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어쩌다 성사가 돼 식사와 함께 술 한 잔을 걸치면 회포까지 푸는 의미가 더해져 정도 듬뿍 묻어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건, 몇 번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건 느끼는 감정은 마찬가지다. 모두가 종류를 떠나 나누는 음식의 힘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음식을 잘 나누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특히 맛있고 진귀한 음식을 놓고선 더욱 그렇다. 가족이 아니면 친척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나누어 주려 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자신의 의중대로 잘 움직여주는 사람에게는 의도적으로 곧잘 나누어 준다. 이럴 땐 으레 동반되는 게 있다. 충성과 복종이다. 한때 5·6공 시절 많은 위정자나 기관장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맛난 음식을 나누어먹고 포만감에 젖어 희희낙락했다. 그래서 초대 받아 음식을 먹은 자체를 자랑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많이 변하지 않은 채 사회 구석구석, 특히 정치판 곳곳에 잔존해 있다.

해서 ‘권력’을 ‘음식’과 곧잘 비유한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남에게 주기 싫듯이 달콤한 권력의 맛 또한 남에게 나누어주기 싫은 법이다. 기득권은 그래서 생겨났다. 맛있는 음식에 중독돼 맛없는 것을 배척하며 더욱 더 맛있는 것을 찾는 인간의 속성처럼 권력에 물들면 어지간해서 이러한 속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더 안간힘을 쓰기 일쑤다.

자기보다 더한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요설로서 자기를 정당화시키는 건 고전적 수법에 속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줄을 대고 그것을 발판으로 더한 것을 얻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어주는 자도 여기에 부합하며 적당이 이를 활용한다. 기득권 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한 줄탁동시( 啄同時: 알에 있는 새끼가 세상에 나오려고 알을 쪼는 적절한 순간에 어미가 밖에서 쪼아 알에서 쉽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인 셈이다.

그러다 이런 것들이 먹히지 않으면 절대충성과 복종을 아끼지 않아야할 주군을 모함하고 폄하한다. 심지어 몰아내기 까지 한다. 자신의 기득권이나마 지키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지만 때론 이런 것들이 통하니 문제다.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혁파나 혁신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그 어렵다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전선에 섰다. 취임식도 생략하며 기득권과 구태를 깨트려 공정하고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통합 도지사가 되겠다는 배수의 진도 쳤다. 의지 속에 담긴 당선인의 각오를 보며 ‘문벌을 폐지하여 인민 평등의 권(權)을 제정하고 사람의 능력으로써 관직을 택하게 하지, 관직으로써 사람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갑신혁신정강(甲申革新政綱)이 생각날 정도다. 사즉생(死卽生)이라 했던가. 단기필마로 남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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