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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경기 천년 사업을 생각하며 1

 

앞으로 4년 후인 2018년은 경기도가 한국사에 처음 등장한 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경기’는 왕이 거주하면서 통치하는 왕경 주변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다. 1018년 고려가 왕경인 개경 일대를 경기라는 행정구역으로 설정하면서 경기 천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부터 2018년까지 경기 천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경기 천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면 경기도는 물론 한국사회 전체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고려시대 개경과 그 주변은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지역이었다. 개경에는 불교사찰은 물론 전통신앙의 성소(聖所), 유교식 의례 장소인 태묘와 유학 교육기관인 국자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도 있었다. 개경의 국제항구인 벽란도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이슬람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들로 넘쳐났다. 물화만 넘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받아들여졌고 꽃피웠다.

2018년, 경기 천년이 되는 해

조선시대 경기도도 개방적이고 포용력이 넘친 사회였다. 조선시대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성리학 양대 산맥의 하나인 기호학파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성리학이 한계에 부딪히자 경기도에서 실학이 발생하고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주자학 중심의 조선사회 사상 풍토에 비판적인 양명학도 경기도에서 발전했다. 근대사회를 준비한 서학이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발전한 곳도 경기도이다. 이처럼 경기도는 다양한 사상이 꽃핀 개방적인 사회였다.

해방 이후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이자 통일의 길목 역할을 했다. 경기도는 분단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이 시작되면서 남북 교류의 현장으로 변했다. 경기도는 남북 교류의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북한과 직접 교류·협력을 했다. 인도주의 측면에서 재난과 전염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 긴급구호물자를 제공하고, 농업·의료·축산 분야와 영·유아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친 바 있다.

문화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중요한 시도가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6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개성에서 남북 실학학술회의를 개최하기로 북한과 합의하고 합의서까지 교환한 바 있다. 2005년과 2006년 중국 베이징에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학계 대표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대표가 두 차례 만나서 이룬 성과였다. 2006년 4월 경기도 대표단이 개성을 방문하여 실학학술회의를 개최한 후, 경기도 장단군에 있는 연암 박지원의 묘를 참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아쉽게도 북한 쪽의 사정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경기도로서는 최초의 직접적인 남북 문화교류이고, 대표단에 연암 박지원의 후손이 포함되어 있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박지원의 묘를 후손이 참배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있었는데 성사되지 못했다.

경기 천년 기념사업, 남북 공동으로

경기 천년의 역사는 북한 땅인 개성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경기 천년 기념사업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경기 천년의 비전을 도민이 함께 만들어 가고, 경기도의 ‘개방성’을 바탕으로 통일에 기여하는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 천년을 기념하는 사업은 경기도가 중심이 되고 언론, 학계, 시민단체의 참여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 주역은 당연히 경기도민이어야 한다. 북한에 제안하여 경기 천년 위원회를 남북 공동으로 구성하고, 남북공동위원회 사무국은 DMZ 내에 있는 대성동과 기정동에 둘 수 있다면 그 상징성은 매우 클 것이다.

금년 초 경기도는 ‘경기도 정도 600년’ 행사를 치렀다. 그러나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하면서 경기도민과 전문가의 참여 없이 진행되어 일과성 행사로 끝난 아쉬움이 있다. 경기 천년 기념사업은 시민과 전문가 참여하에 충분한 준비와 논의를 거쳐 새로운 경기 천년을 만들어 가는 사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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