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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4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인사 중에서 “대통령 이제 다시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이 되는 것인가 싶은 ‘명언’을 남긴 사람이 있다. 후보 시절 ‘준비된 대통령’을 표어로 내걸었다가 당선이 되자마자 “곳간이 그렇게까지 비어있는 줄은 몰랐다”라고 하더니 임기 내내 그 빈 곳간을 채운다는 명목으로 나라의 살림살이를 온통 외국 자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는 데에 매달리다가 임기를 마친 대통령도 있고, “그 놈의 헌법 때문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라는 막말로 ‘자리’의 버거움에 장탄식을 토해냈던 대통령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선출직 공무원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공통된 현상은, 그들은 그들이 담임하고자 하는 자리에 거의 대부분 낯설다는 것이다. 재선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첫 4년은 헤매는 기간이고, 그 다음 4년은 다시 당선된 덕으로 굴러가는 기간일 뿐이기 쉽다. 어쩌다 3선을 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고…. 5선 6선을 넘어가는 국회의원의 경우라면 좀 전문성이 생길 법도 하지만 애당초 국회의원이라는 자리에서 하는 일이 업무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고, 다선이 되다 보면 대개 ‘정치놀음’의 달인이 될 뿐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속에서도 짧은 기간일망정 성심을 다하는 인재들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다수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후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이 가장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데에 주저 없이 사활을 건다. 무척 역설적이다. 선거전에서 그들이 내거는 공약들을 들여다 보면 그들이 언제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검토하고 준비했을지 몇 가지 소위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나로서도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지원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공약을 만들어 내는 데에만도 대형 연구소가 최소 몇 달, 때로는 그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할 사업 계획들이 선거 준비기간 단 며칠 만에 어떻게 수십 건씩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 말 그대로 불가사의다. 그뿐인가. 그들은 이어지는 선거 토론을 통하여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현하의 달변으로 자신의 능력과 소신을 강조한다. 차라리 마술 쇼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통계의 수집 범위나 그 신뢰성에 있어서 아직 국제적 신용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다. 각종 도시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교통영향 평가나 환경영향 평가보고서를 놓고 그 신뢰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대체로 그러한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물들은 현장에서 실측된 결과에 의해 부인되기 일쑤다. 인천의 공항 철도와 인천대교의 통행량 예측 따위가 그랬고 경인운하를 비롯해 각종 경제성 분석 따위가 그랬다. 그밖에 어느 사소한 개발공사의 예에서도 항상 그랬다. 나는 아직도 인천시 통계연보의 숫자들을 크게 믿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은 현실에 부딪치기 전에는 문제를 알기 어렵고 그들의 공약이 실패하는 것은 거의 운명적이다. 그래서 나는 매니페스토를 지지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민선 제6기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이 취임 준비로 분주하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내가 가진 4년의 시간은 순간이다”라는 각성으로부터 출발하기를 빈다. 짧은 시간에 잘 모르는 일을 해야 할 때라면, 철저한 현황의 파악, 과학적인 해법의 연구, 가장 현실적인 계획의 작성, 정직한 검증과 보완이라는 상식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최선이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4년의 비극은 시작된다. 4년 후 “이제 다시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후회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오직 겸손하게 시작할 것을 권한다. 당신들의 능력과 경험이 무엇이건 간에 당신들 앞에 놓인 ‘현재’와 ‘여기’는 항상 전 우주적으로 최초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허둥대다 끝내 4년은 300만 인생의 손실로 이어진다. 오직 이 도시의 번영을 당신들 4년 삶의 목적으로 하되 정치경로의 방편과 수단으로 삼지 말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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