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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날파리는 가라

 

철딱서니 없이 때 이르게 찾아온 불볕더위와 함께 ‘세월호의 충격’마저 삼켜버린 또 한번의 선거가 끝났다. ‘승자 독식’이란 물고물리는 정글의 숲에서 참혹할 정도로 냉정한 승부의 세계답게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복’의 광경도 여전하다.

새로운 지도자가 기존의 조직, 조직원들과 ‘미래’와 ‘발전’을 하나의 목표로 융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도 순진한 바람일까. 곳곳에서 흡사 소설 ‘완장’의 주인공이라도 환생한 것인 양 놀라움마저 자아내게 하는 ‘점령군’의 새 이름인 ‘직(職) 인수위원회’의 완장을 찬 목에 뻣뻣이 힘들어 간 분들이 공직 안팎을 들쑤시고 다니는 게 영 배알이 뒤틀린다.

백번, 천번을 양보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이미 수없이 경험한 여야 구분 없는 ‘정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도, 진짜 아닌 사람들의 펼치는 그들만의 논공행상은 해도 너무한다 싶다.

“생전 얼굴 한번 못 본 사람들이 후보 공천 이후 13일간 눈도장 좀 찍었다고, 이 자리 저 자리 달라는 말에 이골이 난다”는 어느 한 당선인 캠프 관계자의 푸념은 남의 일 같지 않다.

‘혁신위원회’와 ‘시정 인수팀’은 그래도 양반이다. 시선을 가까이 경기도와 인천시로만 축소시켜 놓고 봐도 참 가관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인수위원이 또 몇명씩 늘어나고, 잠깐 한눈을 팔았다 치면 ‘인수위 자문위원’의 꼬리표를 단 거만한 분들의 걸음걸이가 관청(官廳)에 낙인처럼 찍혀 돌아다닌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그동안 많은 문제와 부작용들을 지켜도 보고 들어도 봤을 텐데, 수없이 외쳤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겠다던 다짐은 왜 그리도 허공에만 맴도는 것인가.

게다가 이제 공직자들도 몸에 습관처럼 배었을 법도 한데 아직도 그들의 눈치 보기와 한숨소리의 깊이 역시 더 심해졌으면 심했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 6·4선거 이후 ‘지방정부 정권교체’ 없이 시장·군수가 연임된 다른 지역이 일하기도 편하고, 오히려 넘치는 안정감 속에 부럽다는 일부의 탄식이 예사롭지 않다.

그 점령군의 교만한 행태에 낙선이나 불출마한 현직들은 이미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가 하면, 누가 묻기도 전에 혼자 처량함을 벗 삼아 알아서 차곡차곡 흩어놓았던 흔적을 긁어모아 짐정리하면서 눈치 보기에 한창이다.

그리고 공직 안팎의 관심은 ‘인사(人事)’다. 산하 기관·단체에 ‘재신임’을 명분으로 ‘일괄사표’를 요구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관피아’ 논란 속에 부족한 자리 늘리기를 위한 교묘한 꼼수 찾기가 한창이란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인사권’을 무기로 수천여 공직자의 생사여탈을 쥐락펴락 하는 자리에는 구태라며 경멸하던 학연에 지연, 혈연까지 총동원한 이름이 ‘새로운 실세’로 등극하고, 소문이 꼬리를 물고 떠돌면서 일하는 분위기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오죽하면 ‘당선인 측근’의 ‘은밀한 전화번호’가 일 잘하고, 눈치 있는 공직자의 첫째 가는 덕목이라니 우리 시대의 공직은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일인가.

“날파리와 일벌을 구분해 분명한 맺고 끊음이 현재의 평가를 만들었다”는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 어느 시장의 조심스러운 고백이 우리의 수많은 ‘당선인’과 관계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간결하지만 참 어렵다.

그래서 감히 부탁한다. 이제 날파리들은 그만 좀 가라. 당신들이 경전처럼 읊조리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구차한 변명은 당신들만을 위한 합리화와 교활한 간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혼탁한 물속에 기생해 부화하고, 요동치는 썩은 냄새 속에 멀쩡한 것도 ‘생색내기’와 ‘해 먹기’를 위한 비위 좋은 당신들만의 특징일 뿐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 당신들의 고약한 냄새가 또아리를 틀고자 발악한다는 것쯤도 익히 안다. 그러나 이제 안 된다. 청렴(淸廉)과 인본(人本)이 역사의 새 주인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살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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