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칼럼]농생태계가 품은 가치
[농업칼럼]농생태계가 품은 가치
  • 경기신문
  • 승인 2014.06.25 21:16
  • 댓글 0
  • 전자신문  20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만영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벼맥류부 농업연구관

농생태계에서도 자연생태계 처럼 먹고 먹히는, 경쟁하고 상생하는 다양한 생태적 현상들이 관찰된다. 농생태계는 농지와 물, 그리고 공기가 동식물과 함께 역동적으로 어우러진 공간이다. 농지에서는 작물들이 잡아 둔 에너지를 이용해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생물체가 모여든다.

논을 예로 들어보자. 논에서는 곤충류만 하더라도 112종이 서식하며, 거미 등 45종의 각종 천적들이 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펴낸 ‘논에 사는 무척추동물 도감’에 소개된 것만도 물방개 등 280여종에 이른다. 한국논습지NGO네트워크에서 출판한 ‘논생물 도감’에는 논흙과 물에 사는 곤충, 거미,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 133가지의 생물을 소개하고 있다.

농지는 많은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생명의 순환고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충은 사람의 관점에서 해충이지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는 주요한 생태계의 자원이기도 하다. 해충들이 있음으로 해서 이들을 찾아 새가 날아들고 각종 생물체들이 찾아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급격한 환경변화를 완충하는 기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생태계는 순환 기능을 한다. 토양 중에 있는 각종 미생물과 지렁이나 개미 같은 토양 중 미소동물들이 식물체 잔해나 동물 사체를 분해하여 영양분의 순환 기능을 한다. 또 토양과 수분을 유지시키는 일을 한다. 논은 쌀 생산 외에도 홍수를 조절해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대기를 정화해주며, 수자원 보존, 토양유실 방지 등을 통해 나타나는 경제적 가치가 무려 56조를 넘는다고 한다. 국내 쌀생산액의 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더불어 생물의 다양성을 높여 해충이 크게 발생하는 것을 막아준다. 해충의 약 90%가 자연상태에서 발생하는 천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고 한다. 전세계 농생태계를 감안한다면 약 54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세계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올해 9월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농생태계의 생태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생태계의 생태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확산하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2008년 11월 4일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에서는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농생태계의 생태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개발을 이유로 파괴된 생태계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늘날 작물을 재배하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공간, 즉 농생태계의 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지도 산이나 강 바다처럼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생태계가 갖고 있는 가치는 환경단체나 생태농업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만이 관심을 가져야할 대상이 아니다. 먹거리를 생산하고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농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