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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이젠 희망이 필요합니다

 

지난 3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11)이 평소 집에 늦게 들어오고 말도 잘 안 듣는다는 이유로 엄마는 아들을 꾸짖으며 집 밖으로 쫓아냈다. 쫓겨난 아들은 1시간가량 문 앞에 서 있었고, 이런 상황을 바라본 이웃집은 신고를 감행하였다. 신고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과연 이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작년 연말만 해도 쫓겨난 아이를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울주,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신고하였으며,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나갔다. 더욱이 칭찬할 만한 것은 경찰 내사종결하지 않고 검찰에 기소했다는 점이다.

우리들은 대한민국 아이의 권리와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과 경찰에 비해 다소 적극적이지 못한 검사는 이 사건을 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의견을 물었고, 이 시민위원들은 다양한 의견과 조사를 통해 엄마의 처벌보다는 기소유예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보다 강력히 지적되어야 할 부분은, 이 엄마에게 심리치료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검사가 ‘상담·교육 조건부 기소유예’를 결정하고 추가 상담·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했다. 그 결과는 엄마 당신을 지켜보고 있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아동복지법으로는 행위자에 대한 강제 상담·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미 발생한 학대행위 중 행위자의 양육태도나 훈육방법들이 변하지 않고는 재학대의 우려를 잠재울 수 없기에 행위자에 대한 상담·교육은 반드시 강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현장조사 시 상담원이 단독 출동하여 아이를 격리해야 하는 부담감과 책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었다. 이 부분을 경찰과 함께 공조함으로써 ‘공공원칙’뿐 아니라 학대예방 업무 시 수시로 당했던 신변위협까지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상담원에 의해 결정되었던 학대판정이 수사과정을 거쳐 판·검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선진국형 학대판정과 유사한 절차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크게 기대할 부분이다.

9월29일이면 우리는 보다 선진형 아동보호체계와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우선 경찰과의 공조상황이다. 현재 50개소 375명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3천299개소 10만5천357명의 경찰조직에 견주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즉시 현장출동은 한계가 드러나 보인다. 교대근무 없이 업무시간과 업무 외 시간의 현장출동은 상담원의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1월 대비 4월은 신고접수가 200% 증가했고 업무외(오후 6시 이후) 경찰에 의한 신고도 50% 상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상담원 인원 확대, 아동보호전문기관 개소수 확충은 절대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문제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지자체 사업이다. 특히 아동은 지자체 내에서도 투표권이 없을 뿐더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대상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지자체 예산은 1억에서 6억까지 다양한 실정이다. 이것은 1인당 아동안전 권리증진 예산이 1년 평균 1천5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요즘처럼 아이의 안전과 권리가 중요한 시기에 그마저도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점은 ‘동일한 출발선, 공평함’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50개소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최소 100개 정도로 늘리고, 한 기관에 평균 7∼8명인 상담원을 최소 17명으로 확충해야 한다. 이런 모든 예산이 신속히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국가 사무로 환수돼야 한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하고 살아간다”는 공익광고 카피처럼 이젠 국가가 아이를 사랑하는 일에 책임자로 나서 아동학대예방 사업을 돌봐주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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