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먹는 농산물은 주로 수확 후 가공된 상태가 아닌, 신선한 상태로 시장에 출하된다. 조리나 냉동 등 가공 전까지는 살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관환경에 따라 신선한 상태로 유지되거나 품질이 급격히 변화하여 상품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포장된 농산물의 유통기간은 호흡률에 반비례한다. 농산물의 품질변화는 농산물이 호흡하면서 공기 중 산소를 소비하고 이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되면서 일어난다. 이때 농산물을 더 숙성시키거나 물러지게 만드는 에틸렌이 발생하기도 한다.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시키면 신선도 유지는 물론 유통기간도 늘릴 수 있다.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저온에 보관·저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산물을 포장하여 포장 내 산소 농도는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여 저장하는 방법이다. 저장온도가 10℃씩 올라 갈수록 호흡률은 3~4배 정도 증가하는데,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해 적용하면 호흡을 억제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다.
농산물을 상온 20~25℃에서 보관할 때보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해 적정 기체를 조성하면 일반 공기 중에서 보다 품질보존기간이 2배 정도 길어진다. 그리고 농산물의 최적 저장온도에서 적정 기체를 조성시켜 주면 1.3배 정도 품질보존기간이 길어진다.
농산물 포장 내 공기조성을 변화시켜 주는 MA(Modified Atmosphere)포장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호흡률을 감소시켜 품질을 유지시킴으로써 최대한 유통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MA포장은 채소, 특히 신선편이(fresh-cut) 농산물의 경우 공기 중에 노출되었을 때 갈변, 갈색 반점과 같은 색깔의 변화, 미생물에 의한 부패 등의 품질변화를 거치는데, 포장 내 적절한 공기를 조성하여 이를 억제한다. MA포장은 수동적인 MA(Passive MA)포장과 능동적인 MA(Active MA)포장으로 나뉜다. 수동적인 MA포장은 포장 내의 기체 조성이 농산물 호흡에 의해 고 이산화탄소, 저 산소 상태로 되는 것이다. 능동적인 MA포장은 과일, 채소를 포장할 때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3종의 혼합가스를 포장 내에 주입하여 신선도 유지에 적합한 기체를 조성하는 방법이다. 포장 내부의 기체조성이 산소 농도 약 8%, 이산화탄소 농도 1%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에틸렌에 의한 성숙 작용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 포장법을 이용하면 채소의 신선도뿐만 아니라 당류, 비타민 등 영양성분 유지는 물론 유해가스의 발생도 억제시킬 수 있다. 또한 저온에서는 10~15일까지, 상온(25~27℃)에서도 4~5일까지 신선도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산소 농도가 한계 수위를 넘어 너무 낮으면 농산물 종류에 따라 산소 없이 진행되는 호흡인 ‘혐기호흡’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호흡은 품질을 저하시키고 악취가 나는 부패를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호흡을 제어하기 때문에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농산물에 따라 손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낮은 산소, 높은 이산화탄소의 적용은 호흡률을 떨어뜨리고 간접적으로 농산물의 숙성을 저지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MA포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혐기성 균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 2~3%의 산소농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수동적인 MA포장은 브로콜리, 버섯, 콩나물, 마늘, 시금치, 쪽파, 아욱 등 여러 종류의 농산물에 적용되고 있다. 이 경우에는 포장필름에 가느다란 침 또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미세한 구멍을 내 산소투과도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한다. 능동적인 MA포장은 어패류와 같은 수산물과 적색 육류인 소고기에 적용하여 신선도 유지와 고기색의 변화를 억제한다.
해외에 수출하는 농산물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제품처럼 항공편으로 운송하기에는 운송비용이 높아 일반적으로 배로 운송하는 경우가 많다. 배로 운송하는 경우 운송기간이 오래 걸려 신선도 등 품질저하로 경쟁력을 갖는 데 어려움이 많다. 수출 농산물에 MA포장방법이 적용된다면 품질이 뛰어난 우리 농산물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