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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경기도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난 서슴없이 ‘부탄’이라 말한다. 그래서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번번이 미뤄져 벌써 여러 해째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집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 1순위로 여전히 남아있는 부탄. 그곳을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몇 년 전 후배로부터 들었던 생생한 체험담이 크게 작용했다. ‘행복한 인생을 보고 싶을 때 부탄을 가라’는 지인의 권유로 어렵게 다녀왔다는 그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행 중 느꼈던 많은 것을 전했다. 그것도 눈앞에 펼쳐졌던 이국적 풍경이 아니라 그 나라를 이루고 있는 국민들의 삶에 관한 것들이었다. 행복한 얼굴, 긍정적인 순수함, 무언가 여유롭고 안정적인 행동, 비록 풍요롭진 못하지만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여유, 만족감 등등. 그 후 그들이 느끼는 행복이 나와는 무엇이 다른가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고 가보고 싶은 나라 부동의 1위가 됐다.

잘 알다시피 인구 100만의 부탄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은 지난해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부탄은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탄은 응답한 국민 가운데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부탄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0배나 높은 우리는 143개국 가운데 68위에 그쳤다. 이를 볼 때 행복은 적어도 잘살고 못사는 것에 대한 기준은 아닌 듯싶다.

부탄의 국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의 느낌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 잘 지내는 것에 만족하는 행복도 있다. 즐거운 순간순간이 반복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감이란 이야기도 된다. 따라서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경계선이 얼마든지 다르게 그어질 수 있다. 철학자들은 이를 두고 ‘자신의 생각만 바꾼다면 삶을 전혀 변화시키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 먹는다고 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쁜 마음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행복을 항상 유지시켜 주지 못한다.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고 성공했을 때는 기쁘지만, 그 기쁨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로또에 당첨돼 거액을 받을 경우 당시 기쁨이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오래가지 않는다. 이처럼 마음의 기쁨은 시험을 잘 보거나, 경쟁에서 이기거나,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이다. 마치 식사나 쇼핑을 하고 난 뒤 찾아오는 포만감이라고나 할까. 배부르다고 행복한 것이 아닌 것 같이 말이다. 또 이러한 기쁜 마음이 매일매일 반복된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즐거움도 그렇다. 즐거움을 계속 느끼려면 즐거움을 야기하는 자극이 더욱 커져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아니다. 어제보다 맛있는 음식을 매일매일 계속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는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다.

그래서 ‘모나리자미소의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 일리노이대학 ‘에드디너’ 교수는 행복의 정의를 ‘주관적 안녕감’이라 했다. 안녕(安寧)이란 평안하다는 의미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어의 ‘굿모닝’도 아마 여기에 속하지 않나 생각한다. 안녕에는 직장, 건강, 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도 포함된다.

‘굿모닝 경기도’, ‘아침이 행복한 경기도’ 민선 6기 남경필 도지사가 내건 도정 슬로건이다. 경기도가 추구하는 ‘행복’ 과연 그 행복은 어떤 행복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철학을 담아 실천하려면 더욱 어렵다. 계획과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출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실패한다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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