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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공무원들은 지금 공작(工作)중?

 

사람을 잘 골라서 쓰는 일과 이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일, 즉 ‘선발’과 ‘등용’은 인사의 요체다. 세상만사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자칫 이게 잘못될 경우 모든 걸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인사를 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람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소임은커녕 물러난 자리마저 더럽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인재를 발굴하여 추천하는 일은 곧 추천한 사람의 얼굴이요, 자신이 평가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인사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지도자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마(魔)가 껴 인사가 곧 망사(忘事)로 변해 버린다.

인재를 고루 등용해 쓰겠다던 탕평론. 이를 처음 제기한 왕은 조선조 숙종이다. 노론, 소론, 남인 등 붕당 사이의 대립으로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그 해결책으로 고안해 낸 것이다. 숙종의 생각은 이랬다. 왕과 신하가 한마음으로 신의와 덕행을 숭상하면서 인사 관리를 공정하게 처리하면 정치적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하지만 숙종은 이상뿐이었다. 숙종의 인사 정책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로 사람을 중용하고 왕권 유지와 강화를 위해 사람을 선발하는 그야말로 전횡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작스레 정국이 바뀌는 환국(換局)도 세 번씩이나 일어났다. 남인의 붕괴와 서인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경신환국’, 서인이 제기한 원자(元子) 문제를 빌미로 서인을 실각시키고 다시 남인들을 중용한 ‘기사환국’, 장옥정 폐위를 계기로 남인들을 퇴출시키고 서인들을 재집권토록 한 ‘갑술환국’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나라꼴은 엉망으로 변하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백성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인사는 어느 조직에서나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다. 조직의 체제가 별로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을 바꾸는 인사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인사가 가끔 공정성이 결여돼 문제가 발생한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은 절대적이다. 설사 과반이 안 되는 지지율로 당선이 되더라고 인사권만큼은 100% 권한을 행사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자치단체장이 공무원 사회에서 군림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단체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전횡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측근을 공개적으로 승진시키고 상대 후보를 지원하거나 편에 섰다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군기잡기 식 인사와 내 사람 심기도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지도자의 공정성 잃은 이 같은 인사 전횡은 부정부패로 이어진다. 공직자의 경우 눈치 보는 공무원들만 양성하고 지역발전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리고 더욱 심해지면 개인의 몰락을 재촉하는 것은 물론 애써 가꿔 온 기초 민주주의마저 장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민선 6기가 시작된 요즘 경기·인천지역 자치단체가 꼭 이 모양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해서 문제다. 특히 2세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주민 직선 3기가 출범한 경기도교육청이 크게 우려스럽다. 아직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무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교장을 지낸 장학관 연구관급 간부 모두에게 교장 전직희망서를 내라고 한 것부터 심상치 않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라 하지만 결국 새 판 짜기와 줄 세우기 인사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선거관리위원회와 사정기관에서 공무원 줄 세우기를 강력하게 감시한다고 떠들고 있으나 귀담아 듣는 이도 없다. 드러내놓고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뿐 그냥 중립으로 있는 공직자도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자치단체와 교육계 내부에서 동료 간 ‘지금 공작(工作)중?’이란 웃지 못 할 말이 유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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