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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언제까지 책임 떠넘기기인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86일째를 맞았다. 9일 현재 사망자는 293명이고 지난달 24일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이 수습된 뒤 수색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11명이 실종 상태다.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5일부터 선체 수색을 재개하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과거 대형 재난사고-대부분 인재(人災)-가 발생했을 때마다 늘 그랬듯 일정 시간만 지나면 잊히는 우리 사회의 안전·재난불감증과 도덕 불감증이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인재인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대충 일선 관련자 몇몇 인사조치하거나 구속하는 것으로 끝이다. 말로는 생활언어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들면서도 막상 책임은 남에게 전가하는 식이다.

감사원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감사 결과를 밝히면서 신조어가 나왔다. 참사 원인이 인재에서 나아가 정재(政災·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재난)라는 것이다. 배 도입에서 운항, 사고 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비리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변조한 정원·재화 중량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세월호 증선을 인가한 인천항만청의 부당인가,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 부실 수행, 해경의 부당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업무태만 등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날린 점, 해경이 사고 초기 세월호와 교신 등을 통한 사전 구조조치가 미흡했던 것과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응역량 부족도 지대한 요인이다. 무엇보다 최초 침몰 징후 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초기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승객들 몰래 탈출해 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을 야기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이 국민들을 비통에 빠뜨리고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60일 만에 사의가 반려되고 유임된 것이다.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검증’ 통과를 장담할 인사 찾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대신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는 것인데 ‘책임을 물어야 할 국무총리로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것이냐’, ‘도대체 책임은 누가 지겠다는 것인가’ ‘60일간의 화려한 휴가’, ‘사람이 그렇게 없나’는 쓴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하다.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한 진도 7.8 규모의 지진 발생 당시 중국 당국은 나흘 만에 13만명의 인민해방군과 100여대의 비행기를 지원하는 등 ‘만만디(慢慢地)’를 무색케 하는 발 빠른 대처를 보였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는 신속하게 현장으로 달려가 진두지휘하며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보살피는 등 국민과 아픔을 나누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귀감이 됐다.

우리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그렇게 많이 겪고도(?) 재난대응 매뉴얼 부재에 컨트롤타워도 없이 우왕좌왕할 뿐 해결은 없다. 사고대책본부도 10여개가 난무하다 뒤늦게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라는 이름으로 일원화했지만 명령과 보고 체계에 집착한 탁상 행정과 부처 이기주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정부는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개선 대책은 내놓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일각에서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하지만 뭐 하나 바뀐 모습은커녕 여전히 불합리, 부조리의 관행이 판을 치고 있다. 결국 사고 책임의 정점은 대통령이다. 그러나 사과 한 마디 없다가 20일이나 지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지도가 하락하고서야 사과하는 대통령에게서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좌절했다.

국민들은 비통함과 절망을 함께 나누고 위로해 줄 대통령을 필요로 했지만 소통 부재에 또 한 번 좌절했다. 국민들은 기본이 바로 선 정부, 책임 질 줄 아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래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일갈은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 책임이다. 내가 죽인 것이야. 이 조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다. 그게 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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