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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정도전에 대한 역사적 평가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KBS ‘드라마 정도전’이 막을 내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정도전이 자신의 뜻을 버리지 않고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정도전이 죽는 장면을 목격한 이들이 모두 이방원 당여(黨與)이니 기록을 왜곡했을 개연성이 있기에,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정도전의 죽음을 혁명가답게 그린 것이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작가는 드라마에서 정도전을 고려 말, 조선 초라는 난세에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고자 했던 위대한 정치가로 그리고자 하였다. 정도전의 실제 모습도 작가가 그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를 건국한 역성혁명도 정도전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다. 정도전은 술에 취하면 “한 고조가 유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유방이 한고조를 이용한 것이다”라고 하여, 자신이 이성계를 이용하여 조선왕조를 세웠다는 마음속의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조선왕조 건국 초기 정도전은 왕조의 제도와 운영의 기본이 되는 ‘조선경국전’을 펴냈고, 통치체제로는 재상 중심의 중앙집권제를 통치 철학으로는 하고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였다. 정도전은 누가 왕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왕이 아니라 재상의 힘으로 다스리는 나라, 재상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하였다.

조선왕조 기틀 잡고 역적 몰린 정도전

드라마 마지막 회를 보면,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면서 정도전을 조선왕조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간신으로 그 이름을 남게 하겠다고 하였는데, 실제 정도전은 조선왕조 말기 대원군 때에 와서 신원이 될 때까지 조선왕조 거의 대부분 시기를 역적으로 평가받았다. 그래서인지 정도전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묘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후손들이 경기도 진위면 은산리에 가묘를 만들어 놓은 정도이다. 정도전이 조선왕조를 성리학 사회로 만드는 기틀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를 이어 성리학 사회를 만들어간 조선왕조 사림들의 평가도 후하지 않다. 정도전은 조선왕조 유교의 도통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조선시대 사림들은 국가 통치의 핵심이 ‘군주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 하여 국왕을 성군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국왕에게 인격도야를 강조하였다. 그래서 왕과 신하 간에 분쟁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사화(士禍)로까지 이어져 조선왕조 정치사의 비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국왕도 사람이기에 모든 왕이 성군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도전이 국왕의 통치 능력에도 개인차가 있으니 재상이 국왕을 보필하는 재상 중심 정치체제를 구상하였는데, 어쩌면 이것이 조선왕조의 이상적인 정치체제가 아니었을까?

역사적 평가에 대한 회의와 믿음

역사공부를 하다보면 역사적 평가라는 것에 회의를 느낄 때가 가끔 있다. 정도전처럼 조선왕조를 유교사회로 만든 정치가가 사림들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조선왕조 거의 대부분 시기 역적으로 몰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가장 뛰어난 실학사상가인 정약용도 주자학 일색의 조선왕조 유림들에게 그리 높이 평가받지 못한 것을 보면 역사적 평가라는 것이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정도전과 정약용이 위대한 정치가, 사상가로 평가받는 것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역사의 신은 시간이 지나면 정당하게 평가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현세의 평가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지식인과 정치인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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