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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큰빗이끼벌레’와 4대강 사업

 

최근 필자는 전문가 및 환경단체와 함께 일부 구간에 동행하여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후 강의 변화를 조사할 목적으로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서 수질, 유속, 저질토 등의 조사를 진행했다.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시켜 조성된 강 아닌 거대한 호수에서는 소위 ‘녹조라떼’의 실체가 다시금 확인되었고, 새로운 문제로 등장한 ‘큰빗이끼벌레’와 악취 나는 ‘저질토’로 인한 참담한 강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온 국민의 식수와 농업 및 공업용수로 이용되는 4대강 생태계의 변화는 처참함을 넘어 불안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워낙 흉측하게 생긴 탓에 마치 괴기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큰빗이끼벌레’는 외래종으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의 강, 저수지 및 대형 호수 등지에 서식했다. 서식환경에 따라 크기와 모양새가 매우 다양하며 며칠 전 금강에서는 직경이 2m 넘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녹조와 마찬가지로 4대강 공사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던 수자원공사는 부랴부랴 제거에 혈안이 됐다. 4대강 사업의 대표적인 찬성론자인 차윤정 박사는 “금빛 모래는 인간에게는 정서적 공간일지 몰라도 수생태와 생물에게는 생존이 어려운 가혹한 환경이라는 또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으며, 습지도 큰물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면서 생태계를 자본에 넘겼다.

4대강 사업의 당사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의 창궐은 4대강 사업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큰빗이끼벌레의 폭발적인 증식은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영향이 결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의 생태적 특성을 종합적이고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건강한 강의 생태환경이 훼손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식한다고 설명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타당하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의 걷잡을 수 없는 퍼짐현상이 확인되어 향후 강의 변화로 인한 영향이 주변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정점인 인간생활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치를 떨게 한다. 결국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과 호수에서 발생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진상조사 및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뒷북치는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일부에서 ‘큰빗이끼벌레는 청정수역에서 다소 오염된 수역에 걸쳐 출현하고 있으나, 수질이 더러운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큰빗이끼벌레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질이 적어도 보통정도는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본질을 교묘하게 호도하고 있다. 태형동물의 집단서식이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물고기의 집단폐사와 식수원 오염, 생태계의 훼손과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녹조의 독성이 식수와 농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사체가 분비하는 독성물질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경우 먹이사슬로 촘촘하게 연결된 건강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막힘없이 흐르는 물은 건강한 퇴적물을 쌓이게 하고 그 퇴적물로 하여금 물을 정화시키며, 수초와 함께 자연스럽게 하천과 육상을 연결하는 생태계는 태형동물의 먹잇감인 녹조발생을 억제시키며 생물의 서식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4대강에서 발견되는 녹조와 저질토, 큰빗이끼벌레는 이러한 건강한 생물의 서식처를 파괴한 인간의 행위에 대한 자연의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생명의 모태 중 하나인 물의 건강함은 결국 그것이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생물의 서식처를 중심에 두고 사고하고 관리해야 더 이상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 ‘강을 흐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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