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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거짓은 배신을 낳기 마련이다

 

이틀 전 늦은 저녁식사을 마치고 귀가길 택시를 탔다. 마침 뉴스시간이어서 유병언 사망에 관련된 소식이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재 보선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수원과 평택 김포는 물론 전국적으로 15곳이나 되는 선거구에 대해 분석과 전망이 취재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졌다. 그걸 듣고 있던 택시기사가 백미러로 날 힐끗 보더니 이렇게 내 밷었다. ‘한여름에 얼어죽을... 진짜 유명언이가 맞기나 한건가? 검거한다고 두달 넘게 헛발질 하더니 이제 죽었다고 하고, 곧바로 자식과 관계자는 줄줄이 검거되고. 세상 모를 일이 너무 많죠? ‘글쎄요 많은 사람들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니 그런거 같네요‘.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택시기사는 선거 얘기로 말을 바꿨다. 지역민 정서를 무시한채 마땅한 원칙도 명분도 없이 이번 선거를 치루는 정치권이 제정신이냐며 특히 야당의 단일화를 질타했다. 그리고 집에 가는 내내 정치 평론가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택시에서 내리며 이게 혹시 ’민심인가‘ 생각해 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병언 사망과 선거에 대해 삶의 최일선에서 보고 느낀 점이 나와 비슷해서 더욱 그랬다.

오늘(30일)이 투표일이지만 어제까지 여 야 모두 이 두가지 이슈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했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대책과 상대당 헐뜻기, 비리폭로등의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틀이 멀다하고 수원과 김포 평택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는가하면 야당은 수원 영통에 천막당사까지 차려놓고 민심잡기에 총력도 기우렸다. 간판급 정치인들도 대거 출동,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 안간힘을 썼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여당에 야당은 세월호 불씨를 살리며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런 노심초사에도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구태정치가 되살아나는것 같다며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사실 이번 재보선은 국민들이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15곳 중 10곳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의 사퇴, 5곳은 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와 국회의원직 상실로 인한 것이이어서 그렇다. ‘사망’같은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아니라 모두 정치인 스스로 불필요하게 원인을 만들어서 치뤄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초반부터 공천 잡음으로 얼룩졌고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거물'들을 내려 꽂았다. 거기에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 돌려막기를 더해 ‘국민실망감’을 부추겼다. '보상공천' 논란을 초래한 곳도 있다. 따라서 온갖 미사여구의 공천 개혁 다짐은 허구가 됐고 마지막에는 야바위 같은 야권의 후보단일화 꼼수로 선거판을 더욱 어지럽혔다. 따라서 선거 시작전 부터 피로감이 더하기 시작, 선거운동이 끝난 어제 최고조에 달했다. 혹시나 믿었던 정치권의 기대에 회의감까지 생겼다는 유권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치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것은 결국 명분과 원칙,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실현하려는 진정성이다. 그런 진정성 측면에서 여당은 그런대로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그야말로 목전의 승리만을 염두에 둔채 철저히 지역민 무시로 일관 했다. 경기지역 5곳이 모두 그러했다. 특히 전국적 관심지역이었던 수원의 3개 선거구는 민주적 절차 또는 합리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채 공천을 위한 일관된 기준과 원칙마저 무시했다. 공천 철학이 없으니 감동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늦은 전략공천 때문에 선거인명부작성 기준일까지 주소를 옮기지 못해 투표권도 없는 후보도 나왔다. 본인은 투표권도 없으면서 지역 유권자에게 지지해달라고, 또 표를 달라고 말하는 것을 과연 누가 이해 할 것인지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 사람들이 오늘 심판을 받는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는 말이 있다. 여인은 자신을 기쁘게해 주는 낭군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보답이다. 거짓 화장을 하고 유권자에게 다가와 기쁨을 줄 것 같이 거짓 행동을 한 후보들을 잘 골라내야 한다. ‘거짓’은 ‘배신’을 낳기 마련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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