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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생명을 지키는 세월호 특별법

 

지난 4월16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등학교 2학년 325명의 학생들 중 245명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고, 5명의 학생은 아직 찾지도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참사라고 모두 목청을 높였지만, 사건발생 112일이 되도록 배가 왜 침몰했는지, 국가는 침몰하는 배에서 왜 단 한명의 국민을 구하지 못했는지, 대통령은 수몰되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이 TV로 생중계되는 시간에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자식 잃은 부모 500여명이 생겼다. 그런데 이웃과 국민들로부터 위로받고 국가로부터 사과 받아야 할 유가족들이 단식 23일째에 접어들었다. 유민학생의 아버지인 김영오씨는 광화문에서, 예은학생의 아버지인 유경근씨는 국회에서 34도를 넘는 더위와 땡볕에서 곡기를 끊고 오로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생명을 저버린 국가에 맞서고 계시다.

종교 및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세월호 유가족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광화문 농성장에서 함께 연대 단식과 릴레이 동참을 잇고 있다. 나는 지난 1일 ‘전국교수행동 릴레이’에 동참하기 위해 농성장에서 12시간을 보냈다. 9시에 도착한 농성장엔 2학년 8반 학부모님들이 이미 모여서 바람개비를 접고 계셨고, 김영오씨는 단식을 이어가셨다. 잠시 후 한신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하루 릴레이에 동참하기 위해 ‘세월호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2천조각 모자이크를 준비해서 농성천막에 동참했다. 민교협 대표로 12일 동안 단식에 동참하셨던 한신대학교 남구현교수가 농성장에 계실 때 이미 농성장에 와 봤던 이들은 음식물 섭취 없이 더운 곳에서 뜻을 함께 하기 위해서 집중할 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천막 아래에 모인 사람들은 조용히 모자이크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유가족의 뜻에 함께 하고자 했던 거대한 의지에 비춰 나의 체력은 너무나 허약했다. 아침에 상황실의 한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유가족은 연대자들의 고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힘들게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 말씀의 취지에 기대어 나는 잠시 농성장 건너편 한 빌딩으로 에어컨바람을 쐬러 갔다. 약 12시간을 보내며 난 3번 정도 에어컨이 나오는 빌딩에서 뜨거워진 몸을 식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20일을 위에서 내리 쬐는 태양열과 지열을 받으며 더욱이 아무 식사도 하지 않으면서 버틸 수 있을까? 자식을 잃은 아비의 통한의 힘으로 가능한 것일까? 이를 꺾을 의지나 명분, 그리고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진상을 덮기 위해서 유가족이 주장하지도 않는 내용을 세월호 특별법으로 오도해서 전파했고, 여당은 보궐선거 이후 더욱 정권과 자신들만을 보호하기 위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과 용어를 유가족을 향해 쏟고 있다. 단 32.9%만이 참여한 선거에서 이겼다고 선거 다음날 여당은 당선인 인사 및 의원총회를 하면서 잔치를 벌였다. 이것은 정당 소속을 떠나 세비를 받으며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의 도리가 아니다. 국회 밖에선 죽은 자식들이 도대체 왜 죽었는지 알게 해달라는 절규가 절절한데, 그런 죽음은 안 죽에도 없는 죽음의 정치이다. 국회의 이런 죽음의 정치에 국민들은 생명을 지키는 정치로 맞서고 있다.

토요일 10시가 지나면서 서서히 채워지던 광장엔 오후가 되면서 다양한 시민들의 색깔과 이벤트로 가득 채워졌다.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발길은 잊지 않겠다던 약속의 실천이었다. 국가와 정당이 지켜주지 않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유가족들이 선두에 썼고, 그들의 곁과 뒤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우리 사회를 지키기 위한 산 정치로 청와대와 국회에 맞서고 있다. 혹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냥 광화문으로 가 보시길 권유한다. 그곳에서 생명의 정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한 수사권 및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은 우리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법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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