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전에는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국민들 간에 대한민국의 부실한 국가시스템을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여론이 조성됐었다. 그러나 7·30 이후에는 선거 결과를 보고 ‘제1야당을 개조해야 된다’는 의견이 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많아지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7·30 재.보선 결과를 놓고 보면 ‘보수의 진화’가 소득이다. 새로 출발한 김무성호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걸린 중요한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정리된 리더십으로 박근혜대통령 없이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존재감 없는 행보를 보여 왔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의 여왕’ 없이 압승했다는 것은 당·정 관계에서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긍정적인 평가 받을 만하다. 국민들이 천덕꾸러기 같았던 정치가 변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낄 실마리를 보수여당이 먼저 보여줬다. 더구나 이정현 후보가 곡성·순천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 당선됨으로써 고질적인 지역분할 구도를 깰 수 있다는 희망까지 심어주었다. 진보성향의 국민들 입장에서도 호남에서 한 석을 잃었다는 애석함을 넘어 환영할 일이다.

반면 야당은 공천파동과 전략실패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동작을에 출마한 후보가 ‘패륜공천’을 울부짖으며 당 대표실에서 연좌농성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마추어 실력에 원칙도 없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켰다. 그렇게 공천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소통하지 않고 ‘신의 한 수’라고 밀어부친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맞지만, 재·보선의 특성상 전략공천을 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20년 동지를 갈라놓는 패륜공천’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한 근저에 깔린 안 대표의 리더십이 흠집 나야 계파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의도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안철수 전대표는 계파정치가 고착화된 민주당을 혁신하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갔으므로 그 목적을 함께 실현할 사람들 위주로 공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에게 전권을 주고 그 정치혁신을 통해 야당의 활로를 찾으려 했었으면 그 절차가 아마추어적이라 하더라도 부족한 것은 채워주며 힘을 모아줬어야 도리에 맞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던 것은 정치적 프로세스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소통과 수평적 리더십에 있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것이 여와 야 각 당 능력의 총화로 치르는 것인데 애초부터 자기 계파가 선수로 나가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새정치연합의 앞날은 희망이 없다.

그러나 ‘형식이 곧 내용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치행위 프로세스의 스킬은 새정치 그 자체인 면이 있다. 기동민·권은희 후보가 새정치에 부합한 후보인 것은 맞지만 공천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신의 한 수’가 패착이 되는 것이다. 새정치 그룹 구성원에 정치적 경험과 내공이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공천파동과 전략부재의 원인은 혁신그룹의 시스템부재에서 온 이유가 크다. 정치는 복잡하고 고도의 내공이 요구되므로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시 3관왕을 한 사람이 와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정치권 안에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인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생산적으로 대립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정치풍토가 혁신되길 바라는 시민들을 생활정치를 모토로 조직하는 일이다.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깨어있는 시민을 수평적 리더십으로 조직하여 진보의 활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7·30 재·보선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