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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아무 탈 없이 마쳐야 할텐데…

 

20여년전으로 기억된다. 우연찮은 기회에 군에 입대하는 조카의 입영열차에 동승한적이 있다. 의정부 제306보충대에 집결하는 열차였는데 입대자의 가족 친지가 함께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 과거 징병영장을 받은 두 서너개 시군의 젊은이들은 철도역 인근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고 군호송관이 명단을 점검한뒤 열차에 태워 훈련소까지 인솔해 갔다. 하지만 그날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세상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복무기간도 짧아지고 입영 방법도 더 많이 변해 부모와 승용차로 입영소까지 직접가고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 기다리지 말라고 한 건 미안했기 때문이야.’ ‘어느 날 그대 편지를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 자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눈물 떨구네. 내 손에 꼭 쥔 그대 사진 위로.’ 라는 가사의 ‘입영열차안에서’가 장정들의 주제가 였음을 안건 그 후 였다. 슬픈 리듬과 가사탓에 입대를 앞둔 장정들의 심기를 심란하게 만들지만 입대 송별회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노래였다. 매년 수만 명의 청춘이 군에 입대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 이 현실이 만들어낸 생이별 주제가였던 셈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서럽게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연인에 대한 그리움보다 그속에 감춰진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것이다. 특히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나라의 부름을 받았으나 경험하지 못한 현실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떠나보내는 가족들은 더하다. 그래서 시대가 변하고 훈련소와 군대도 변했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가족 특히 어머니들의 눈물은 변함이 없다. 때문에 거의 매일 군생활의 문턱을 넘는 입소식 분위기는 ‘숙연’ 그자체다.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연병장으로 향하는 어머니. 수십년전 과거 추억을 더듬듯 애써 자식의 정렬모습을 외면한채 입영소 이곳 저곳을 유심히 둘러보는 아버지. 거기에 동행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물 훔치는 모습이라도 더해지면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 아쉽고 섭섭해 서러움에 북받친다.

이러면서 군대 보내는 부모마음엔 오직 한가지 소원만이 있다. ‘무사히다녀오너라. 그리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아무탈 없이 마쳐야 할텐데‘를 가슴에 묻고 산다. 때론 대한민국에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가 어디 우리뿐인가 라며 위안도 삼아 보지만 불안함은 여전하다. 입영 직후엔 더하다. 자고 나면 생각나고, 또 집 구석구석 아들이 남기고 간 옷, 신발장의 운동화를 보면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한다. 그러다 뉴스에 군대 사건 사고 소식만 있어도 가슴이 ’철렁‘내려 안고 불안에 떤다. 무사히 제대하기만 바라는 부모 마음은 모두 이렇다.

동료들의 집단구타로 윤일병 사망사건이 발생,나라안을 온통 뒤집어 놓은 요즘 같은면 마음은 불안하다 못해 내일 같이 아리다. 그렇치 않아도 혹시 꾀병으로 오해받아 병을 키우진 않을까. 동료병사들과는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주변에 까칠한 동료가 있어서 힘들진 않을까등등 평소에도 노심초사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밥잠을 설치는건 예사고 복무하는 부대로 부터 전화마저 뜸하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오죽하면 병원마다 군대에 자식을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가족들이 윤일병 사건이후 집단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가 쇄도하고 있겠는가. 또 '면회 가면 옷부터 벗겨 보겠다'며 군의 총체적 부실을 한목소리로 질타하겠는가. 나라를 믿고 맡겼는데 어쩌다 이지경까지 됐는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금쪽같은 자식을 맡은 나라에서 안전사고와 각종 반인륜적인 범죄의 예방관리 감독을 하는 꼴이 이 모양이니 한심하기 짝이없다.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더 이상 방치하다간 국방의 의무마저 거부하는 국민저항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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